안진도 올랐다…'귀한 몸' 회계사 연봉 인상 '도미노'

삼일·삼정·안진 회계법인, 연봉 인상+성과급 제도 개편…EY한영 "검토중"
"주기적 지정감사제, 표준시간제 도입으로 회계사 업무 부담 늘어나"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대형 회계법인들이 연이어 파격적인 연봉 인상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8년 신(新)외감법이 도입된 이후 회계업계 일감이 늘어나 실적도 좋아진 데다 회계사가 필요한 곳이 많아지면서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KPMG가 지난 7월 임금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딜로이트 안진도 개편안을 내놨다. EY한영 회계법인도 조만간 연봉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 안진은 9월 1일 자로 직원(파트너 미만 직급)을 대상으로 급여체계를 변경했다. 기존 급여체계는 월급여와 성과급으로 이뤄졌는데, 성과급을 중간상여금과 최종성과급으로 나눴다.

중간 상여금은 법인의 성과와 상관없이 월급여의 100%를 매년 2월에 지급키로 했고, 매년 8월 지급되던 최종성과급은 그대로 개인의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기본급도 올랐다. 개인별 조정폭은 다르지만 평균 10~15%가량 인상됐다. 이에 따라 안진 회계사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5월 결산 법인인 안진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이 전년보다 5.4% 오른 1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회계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과 2위 삼정KPMG가 임금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삼정KPMG은 10% 이상의 연봉 인상과 중간 성과급제도를 도입했다. 삼일은 기말에 회계사에게 지급하는 평균 성과급은 월급의 약 300% 수준인데 이 중 200%를 월 급여에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100%는 기말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연봉은 매년 급여 테이블에서 조정하는 수준으로 인상했고, 급여안정성이 높아지도록 보상 체계를 바꿨다"면서 "기본 연봉 인상과 보상 체계 변경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직 연봉 인상안을 내놓지 않은 EY한영은 "연봉 협상 기간에 맞춰 긍정적으로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형 회계법인이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회계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신외감법 이후 대기업, 중견 회계법인의 회계 관련 일감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형 회계법인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하며 회계사들을 데려가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회계법인도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상당 수준의 인센티브 부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회계법인 회계사는 "대형 회계법인 사이에서는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서 "대형 회계법인 중의 한 곳이라도 현저히 연봉이 낮으면 회계사들의 대거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감사제, 표준시간제 도입으로 회계사들의 업무 부담은 많이 늘어났다"면서 "절대적으로 일하는 시간도 늘었고, 책임도 커졌기 때문에 임금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