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0.01%도 안되는 온투업…규제 완화로 '재도약' 기회 잡나

업계 숙원 규제 완화…중저신용 우수 업체에 한해
옥석 가리기 재시작…"차별화된 새 역할 고민해야"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중저신용자 자금공급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계 간담회'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2 ⓒ 뉴스1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전체 가계대출의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옛 P2P금융)에 대해 금융당국이 모처럼 규제 완화에 나섰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늘리는 우수 업체에는 자기자금 투자와 금융회사 연계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온투업을 단순 규제 대상이 아니라 '생산적·포용금융의 한 축'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다만 지난 6년간 부동산·스탁론 등 담보대출 중심으로 굳어진 업계가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우수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온투업계의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대영 "온투업 왜 시작됐나…차별화된 역할 고민해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중저신용자 자금공급 활성화를 위한 온투업권 간담회'를 열고 "다시 한번 '온투업이 왜 시작됐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2020년 8월 법제화 이전 온투업은 'P2P금융'이란 이름으로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제공해 왔다. 국내에는 2006년 들어와 2016년 핀테크 활성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단 법제화 이전 가이드라인 체제에선 '간접 규제'였던 만큼 고의적인 불법 행위에 취약해 사기·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업계를 중심으로 부실 업체를 걸러내고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법제화 요구가 커졌고 2020년 전용법 시행으로 제도권 금융에 진입했다.

하지만 법제화 이후에도 순탄치 않았다. 차입자에겐 낮은 금리를 제공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고, 투자자에겐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을 제공한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소규모 업체 특성상 이런 리스크를 온전히 부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제화 이후에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대규모 연체 및 부실 등 일련의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자산 자체가 크지 않은 업체는 단 하나의 상품 부실로 사실상 폐업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1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그간 대출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온투업권에도 강력한 대출 규제를 부여했다. 현행 규제지역 LTV 40%(비규제지역은 70%) 규제뿐만 아니라 최대 6억 원 대출 한도까지 적용했다.

업계에선 전 금융권 가계신용대출에서 0.01% 채 되지 않는 온투업권은 규제로 인해 대출 잔액 60%가 영향받는다며 '영업 기반 붕괴' 우려와 함께 사업 지속성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했다.

업계 숙원 규제 완화나선 당국…우수 중저신용 업체엔 인센티브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다시 온투업 활성화 카드를 꺼냈다. 2024년 7월 금융회사의 온투업 연계투자를 허용한 이후 약 2년 만의 규제 완화다.

다만 이번에는 모든 업체에 일률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온투업의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잘하는 업체에 혜택을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서 벗어나 자체 신용평가 역량을 키우라는 메시지다.

우선 대부업권과 같이 '우수 온투업자 제도'를 도입한다.

우수 온투업자로 선정되려면 △최근 3년간 개인·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실적 보유 및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60% 이상 또는 잔액 300억원 이상인 사업연도 1회 이상 △자체 대안신용평가 모형·인력 보유 및 개인신용대출 금리 15% 이하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및 개인신용대출 연체율 5% 미만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들에겐 자기자금투자 한도를 20%에서 40%로, 금융사 연계투자 한도는 40%에서 50%로 확대한다. 단 중저신용자 개인·개인사업자 신용대출로 제한한다. 자기자금투자 한도 확대 및 연계투자 한도 확대는 업계 숙원 사업으로 당국이 일부 업체에 길을 열어준 셈이다.

단 이미 부동산·스탁론 중심의 담보대출에 편중된 영업 행태가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우수 업체로 선정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 5년간 신용대출 비중이 평균 11.6%에 불과하며,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비중도 63.1%로 저축은행(99.7%), 보험사(95.3%), 여전사(99.6%)에 비해 크게 낮다.

과거 신용대출 업계 1위로 불렸던 에잇퍼센트는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 중 개인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0% 수준이다. PFCT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 중 개인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8%에 그친다. 신용대출 영업에 주력한 렌딧은 지난해 10월 영업을 종료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금융회사 연계투자를 하고 있는 업체 등을 중심으로 6곳 안팎이 우수 온투업자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투업 성장 방향에 부합"…당국도 "생산적·포용금융의 한 축"

업계는 일단 이번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규제를 일률적으로 완화하는 대신 일정한 역량을 갖춘 업체에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온투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산업의 성장 단계와 시장에서의 역할을 고려해 한 칸씩 신중하게 넓혀가는 방식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단계적이지만 균형 잡힌 정책 방향이 혁신을 지속하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신뢰를 함께 높여가는 온투업의 성장 방향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대책에서 온투업을 '생산적·포용금융을 이끌어갈 한 축'으로 평가하며 추가 성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 금융사 연계투자를 저축은행, 지역농협에 이어 상호금융권까지 확대를 추진한다. 저축은행 연계투자를 통한 개인신용대출은 1년 2개월 만에 5000억 원을 돌파한 바 있는데, 업계 전체 누적 대출액이 2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업계 관계자는 "연계투자 취급약의 약 90%가 하위 50% 차주에게 공급되면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금리 단층을 완화하는 새로운 공급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국이 던져준 큰 숙제…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취지 공감"

업계에서는 이날 권 부위원장이 던진 메시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2019년 금융혁신기획단장으로 재직하며 P2P금융 법제화 과정을 지원한 인물이다.

권 부위원장은 "오늘 발표하는 방안이 단지 계획에 그치지 않도록 온투업계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중저신용자·자영업자들에게 회복의 발판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금융 사업자로서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관건은 결국 권 부위원장의 당부대로 온투업권이 설립 취지에 맞게 탈바꿈하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 이후 6년간 당국이 지켜보며 지금 업권에 필요한 사안에 대해 큰 숙제를 내준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수 업자 기준 장벽도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닌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확대하라는 취지라고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