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갚을 고객 대출 왜 줄이나"…2720억 'LTV 담합' 법정공방

서울고법, 'LTV 담합' 과징금 취소소송 첫 변론기일
"대출 축소할 이유가 없다"vs"교환 통해 경쟁 압력 약화"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ATM 부스에서 관계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2026.9.2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부동산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보고 4대 은행에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와 이에 불복한 은행권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은행들은 LTV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대상인 '거래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은행 간 정보 교환으로 실제 대출 경쟁이 제한됐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LTV가 대출 가능금액과 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조건이며, 은행들이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면서 경쟁 압력을 떨어뜨렸다고 맞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이날 우리은행이 제기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 대한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21일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대해 2720억 1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4대 은행은 지난 3월 일제히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6개월여 만에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및 시행령 제44조 제2항 제3호를 적용했다.

은행별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이 869억 31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697억 4700만 원 △신한은행 638억 100만 원 △우리은행 515억 3500만 원 순이다.

공정위는 4개 은행이 지난 2022년 3월~2024년 3월 LTV 정보 일체를 서로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전부터 LTV 정보 교환을 계속했다는 판단이지만 공정위는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조항이 포함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점을 감안해 2022년 3월 정보 교환 행위부터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교환 대상 정보는 전국 모든 부동산의 종류 및 소재지별로 적용되는 최대 7500개에 이르는 LTV 정보 일체다. 가계와 기업 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부동산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정보다.

4대 은행 직원은 정보교환 행위가 위법이라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인수인계하면서 정보교환을 지속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은행권은 정보 교환 자체를 부정하진 않으나 의도적으로 LTV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날 우리은행 측은 담보인정비율이 대출 가능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란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측은 "이 사건의 핵심은 기업대출"이라며 "기업대출은 담보인정비율과 관련이 없다. 자금 용도와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며, 실제 기업대출의 경우 이 사건에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해 실행된 것이 과반이 넘는다"라고 운을 띄었다.

이어 "다른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을 참고한 것은 적정하게 산정하게 한 것이지 대출 경쟁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이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객의 대출을 일부러 줄일 경제적 유인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논리대로라면 LTV 정보 교환을 통해 담보인정비율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대출 가능금액을 줄였다는 의미인데, 은행 입장에서 대출 가능한 우량 고객에 대한 여신을 인위적으로 축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담합 성립 요건에 대해 피고가 오해하고 있고 이를 입증하지도 못했다"며 "합의 자체에 대한 입증이 없고 담보인정비율이 거래조건이라는 점, 정보 교환으로 실제 경쟁이 제한됐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LTV가 실질적으로 대출조건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인 만큼 공정거래법상 '거래조건'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또 정보 교환으로 실제 경쟁 압력이 약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정위 측은 "담보인정비율이 대출 가능 금액, 금리, 기타 거래 조건을 결정하는 변수로 실제 기능한다"라며 "은행 사이에서 정보 효과는 정기적 반복 요청, 상호 인식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합의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경쟁 제한 관련해서도 담보인정비율 교환을 통해 경쟁 압력이 약화했다는 점에서 실제로 입증되고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은행권은 변론에 앞서 거대 로펌을 앞세웠다. 우리은행은 법무법인 세종, KB국민은행 김앤장, 신한은행 율촌, 하나은행 김앤장·율촌 등이다.

현재까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은행의 변론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4대 은행 모두 공통 쟁점인 만큼 우리은행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다른 은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패소할 경우 공정위는 다른 은행 소송에서 이를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서울고법은 두 차례 변론기일을 더 열기로 했다. 담보인정비율의 개념과 기능, 거래 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우선 따져보고 경쟁 제한성 여부도 살펴보기로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11월 12일 오후 3시 30분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