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도 바꾼 KB發 세대교체…5대 은행장 연임 셈법 흔든다
5대 은행장 전원 연말 임기 만료…이르면 추석 전후 승계 절차
‘실적 좋으면 연임’ 공식에 변수…KB국민은행 인사가 첫 시험대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예상을 뒤엎은 KB금융 회장 교체의 여진이 연말 5대 은행장 인사로 번지고 있다. 최대 실적을 이끈 현직 회장 대신 다섯 살 젊은 후보를 선택한 KB금융의 결정이 금융권 전반의 세대교체 요구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현직 행장들의 실적이 대체로 양호한 만큼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KB금융이 실적과 현직 프리미엄보다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선택하면서 연임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해 한 차례 연임했고, 나머지 4명은 2025년 취임해 첫 2년 임기의 평가를 앞두고 있다. 5대 은행 수장이 같은 시기에 모두 연임과 교체의 갈림길에 서는 셈이다.
각 금융지주와 은행은 이르면 추석 연휴 전후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2023년 마련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는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시작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이미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도 조만간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와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가동해 후보 검증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금융지주 자추위가 은행장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자격 검증과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이후 은행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세부 절차는 지주별 내부 규범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번 인사의 최대 변수는 지난 11일 단행된 KB금융 회장 교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SME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택했다.
이 후보는 1966년생으로 1961년생인 양 회장보다 다섯 살 젊다. 회추위 역시 최종 후보 선정 배경으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들었다. 역대 최대 실적과 현직 프리미엄에도 연임을 보장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인사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환주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전년보다 18.8% 증가한 3조862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리딩뱅크 탈환을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1964년생인 이 행장은 차기 회장 후보인 이재근 부문장보다 두 살 많다. 이 행장 역시 이번 회장 후보군에 포함돼 이 후보와 경쟁했다.
이 후보가 오는 11월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하면 국민은행장 인사는 새 회장 체제의 첫 주요 계열사 CEO 인사가 된다. 이 행장의 거취가 ‘성과와 경영 연속성’을 택할지, ‘쇄신과 세대교체’를 이어갈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KB의 선택은 다른 금융지주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 지주의 인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지지만, 리딩금융이 현직 회장을 교체하며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다른 지주도 현직 행장의 실적뿐 아니라 연령과 재임 기간, 차세대 후보 육성 여부까지 함께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인물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2조458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KB국민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원화대출금도 지난해 말보다 1.8% 증가했다.
다만 정상혁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이미 한 차례 연임했다. 실적 면에서는 연임 명분이 충분하지만 KB금융발 세대교체 흐름과 금융당국의 장기 재임 견제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3조7475억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중앙그룹 관련 충당금 적립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등 일회성 비용에도 자산관리·퇴직연금·신탁·외국환 등 핵심 사업에서 견조한 영업력을 유지했다.
하나금융의 인사 관행은 부담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하나은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다. 지성규·박성호·이승열 전 행장은 첫 임기를 마친 뒤 연임하지 않고 그룹 부회장 등으로 이동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경력을 살려 기업금융 강화에 힘을 실었다. 금융권 최초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출범시키고 대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 외형을 키웠다. 다만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감소한 점은 연임 심사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역시 첫 임기 평가를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조직 안정과 수익성 개선 여부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농협은행장의 연임 사례가 드물다는 점과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농협금융 회장 인사가 맞물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도 인사판을 흔들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 절차, 사외이사 운영, 성과보수 체계 등을 담은 개선 방안을 다음 달 국정감사 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지주 회장 선임뿐 아니라 은행장 선임 절차도 다수 예정돼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관련 모범관행과 제도 개선 사항이 차질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국계·특수은행의 행장 인선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다음 달 27일 임기가 끝나는 유명순 행장의 후임 후보를 이르면 이달 중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Sh수협은행도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신학기 현 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17일까지다.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지원자 6명 전원을 면접 대상자로 확정했다. 면접은 오는 21일 진행되며 최종 후보 결정과 공시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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