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빈후드는 주식·코인·디파이 한곳에…韓은 '업권 칸막이'
로빈후드, 증권 중개 넘어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국내 증권·가상자산 별도 법·인가 적용…사업자 간 영역 분리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미국 금융 플랫폼 로빈후드가 자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증권과 가상자산,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을 아우르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 중개로 확보한 이용자를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으로 연결하면서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을 결합한 종합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증권과 가상자산이 서로 다른 규율 체계로 나뉘어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현물 매매·교환과 보관·관리 등을, 금융투자회사는 증권 업무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다. 로빈후드처럼 하나의 이용자 기반에서 주식과 가상자산, 자체 블록체인과 디파이까지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구현하기 어려워 글로벌 금융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로빈후드가 지난 7월 출시한 '로빈후드 체인'의 최근 7일간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량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메인넷 출시 약 두 달 만이다.
로빈후드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주식 중개 플랫폼에서 출발했다. 미국에서 주식·옵션·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뒤 사업 영역을 자체 블록체인과 온체인 금융으로 넓히고 있다.
로빈후드 체인에는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연동된 토큰화 자산을 비롯해 가상자산 거래와 디파이 서비스가 연결된다. 로빈후드는 자체 월렛을 통해 외부 DEX와 금융 프로토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대출·차입과 무기한선물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개별 상품의 제공 지역과 운영 법인, 이용자 자격은 국가별 규제에 따라 다르다.
글로벌 금융·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이 같은 사업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가 각 시장에서 거래 수수료와 상품 수, 이용자 확보를 놓고 경쟁했다면 최근에는 지갑과 블록체인, 토큰화 자산, 결제·정산 등 금융 인프라까지 사업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증권과 가상자산에 서로 다른 규율 체계가 적용되고 있어 로빈후드와 같은 사업 모델을 그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증권의 매매·중개 등 금융투자업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담당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 매매·교환과 이전, 보관·관리 등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증권을 직접 취급하거나 증권사가 가상자산 거래와 디파이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로빈후드처럼 기존 금융서비스와 가상자산, 자체 블록체인을 하나의 이용자 기반에서 연결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가상자산을 활용한 대출·차입과 디파이,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은 국내에서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영업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더라도 이를 기존 금융상품이나 가상자산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 확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존 증권 플랫폼까지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해 온체인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각 업권에 허용된 사업을 중심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주식과 가상자산, 파생상품, 디파이를 하나의 플랫폼과 블록체인 생태계에 연결할 경우 국내 이용자의 투자·거래 수요가 해외 플랫폼이나 온체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증권과 가상자산을 넘어 자체 블록체인과 디파이까지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여전히 현물 매매와 보관을 중심으로 제한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며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새로운 상품을 실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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