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자녀 지원과 은퇴 준비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자녀가 취업이 늦어지며, 주거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결혼과 출산에 큰 비용이 드는 시대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자녀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주거 비용이 비싸지면서 자녀들이 부모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지금 조금 도와주면 자녀가 빨리 자리를 잡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 자녀를 지원하다 보면 자신의 은퇴 준비를 뒤로 미루게 되고 이는 언젠가 부메랑처럼 자녀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자녀 지원의 묘(妙)가 필요하다. 몇 가지 기준을 알아본다.

첫째, 현재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 자녀의 어려움은 지금 눈앞에 보이지만 부모의 20년 뒤 생활비 부족은 먼 미래이다 보니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사람은 먼 미래의 손실이나 효용은 '크게' 할인하는 경향이 있어 미래의 부모 생활비 부족의 심각성보다 당장에 보이는 자녀의 불편함이 훨씬 크게 와 닿는다. 그러다 보니 인생 후반에 들어 은퇴 자금이 부족한 노후 파산 상태가 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 뉴스1 김민지 기자

현재 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미래의 현금 흐름을 직접 계산해 보고 자녀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퇴 전의 5000만 원은 단순한 현금 5000만 원이 아니다. 그 돈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자와 투자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산이다. 연 4%의 수익률을 가정하면 10년 후 약 7400만 원, 20년 후에는 약 1억 1000만 원이 된다. 게다가 수명이 예상보다 10년 길어지고 연 생활비가 4000만 원이라고 하면 무려 4억 원이 더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자녀를 지원할 때는 다음의 질문을 해 봐야 한다.

① 이 돈을 주면 은퇴 시점이 얼마나 늦어지는가?

② 노후 현금 흐름은 얼마나 감소하는가?

③ 장수 위험과 의료비 위험에 대비할 자금은 충분한가?

둘째, 자녀의 인적자본을 높이는 지원을 한다. 교육, 직업훈련, 이직 준비, 건강 회복, 창업 초기의 자금처럼 미래 소득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지원은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촉진할 수 있다. 직장 가까운 데 주거 지원을 하는 것도 자녀의 인적자본을 키울 수 있다. 출퇴근 시간과 비용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가져올 수 있는 지원은 자제한다. 반복적인 생활비 보전, 과도한 소비를 위한 신용카드 대금, 상환 계획 없는 주거비 지원, 반복적인 사업 자금 지원 등은 유의해야 한다. 사업 자금 지원은 투자일 수 있지만 반복적인 지원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부족한 사업 자금을 매번 지원해 주면 자녀가 경제성 없는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달리 소비성 지원이다. 자칫하면 자녀의 건전한 재무 계획을 해칠 수 있고 자녀의 자립을 늦출 수 있다. 증여를 미리 해주면 자녀가 저축을 해서 자산을 증식하려는 유인이 감소한다. 자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라 자녀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게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셋째, 부모의 은퇴 바닥선을 먼저 계산해 최소한의 은퇴자금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자녀를 외면하라는 뜻이 아니다. 바닥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녀에게 큰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이타심이 아니라 위험의 이전이다. 자녀를 지원하면서 부모가 노후에 빈곤해지면 결국 위험을 자녀에게서 부모에게로 이전한 격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 부모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으면 그 위험은 다시 장기적으로 자녀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신의 경제적 안전망을 포기하면서 지원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족 전체의 위험을 키워 자칫하면 공멸할 수 있다.

결국 자녀 지원에 대해 은퇴경제학이 제시하는 답은 분명하다. 먼저, 눈앞의 상황에 매몰돼 미래의 비용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 금방 지나간다. 그리고 자녀는 인적자본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지원하고 도덕적 해이는 철저하게 지양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은퇴 자금 기본선을 지킨다. 사랑은 무한할 수 있지만 가족의 자원은 유한하다. 유한한 자원을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게 배분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경제적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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