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1000조 시대…'롤러코스피'에 역머니무브 본격화

정기예금 잔액 26.6조 증가…요구불예금 잔액 전월 比 7.9조 감소
가계대출 잔액 781.4조, 전월 대비 2.6조 증가…주담대도 3조 원 증가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의 모습. 2026.8.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대기자금까지 은행 예금으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000조 9647억 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974조 3490억 원)보다 26조 6157억 원 증가한 규모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기예금은 지난 5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35조5401억 원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도 26조 원 넘게 증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감소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 9826억 원으로 7월 말(669조 8635억 원)보다 7조 8809억 원 줄었다.

언제든 주식이나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기자금이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으로 옮겨간 셈이다.

이는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가 방향성을 찾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예금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예금 선호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 폭은 둔화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81조 4377억 원으로 7월 말(778조 7869억 원)보다 2조 6508억 원 늘었다. 증가 폭은 7월(3조 8261억 원), 6월(4조 1379억 원)보다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20조 4172억 원으로 전달보다 2조 9885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집단대출(잔금·중도금·이주비대출)은 149조 2951억 원으로 한 달 새 1조 635억 원 늘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109조 7315억 원으로 전달보다 3169억 원 감소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부담과 은행권의 보수적인 대출 취급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195조 2005억 원으로 7월 말보다 3조 2610억 원 늘었고, 중소기업대출도 687조 2725억 원으로 3조 186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예금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대기업대출 증가는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금융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