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10%룰'에 막힌 110조 삼전 주주환원…"법 완화 검토 없다"
삼성생명·화재, 삼전 주식 10% 맞춰야…소각 시 기준선 넘어
'자사주 소각' 법적 한계에도 "특정그룹 편의 위한 예외 없다"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사상 최대 규모로 내놓은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에 자사주 소각은 빠졌다.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10%룰'에 막혀 자사주 소각은 10조~20조 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 속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법 완화를 검토 중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산법 24조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동일계열 비금융 상장사 주식을 10% 초과해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금융자본을 이용해 그룹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에 삼성생명보험(032830)과 삼성화재해상보험(000810)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각각 약 8.5%, 1.5% 보유해 합산 지분율 10% 선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발표한 주주환원책에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산법 10%룰'에 따라 삼성생명·화재의 지분 강탈(또는 강제 매각)을 피하려면 보통주 소각을 무한정 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두 회사가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아도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룹이 지분 매각 부담을 버티며 소각할 수 있는 물리적·현실적 한계치를 10조~2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로 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통주 자사주 소각이 좌절되자 실망감이 커졌고, 삼성전자 주주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으로 기계적으로 높아진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에는 예외를 둬야 한다", "금산법을 완화해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 등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금산법 완화나 예외 적용 여부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밸류업을 발목 잡는 규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당국은 아직 법 완화에 따른 '실(失)'이 '득(得)'보다 명백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거대 금융·산업 복합체에 특례를 인정할 경우, '특정 기업 특혜' 시비는 물론 규제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국민 상당수가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그룹'일 뿐"이라며 "특정 그룹의 주주환원 편의를 위해 금융산업의 근간이 되는 법적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십 년 전 만들어진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규제를 시대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첨단 산업에 한정해 지주회사 체계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 수준으로 낮췄다. 일반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벤처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글로벌 유망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부출자(40→50%)와 해외투자(20→30%) 비중도 늘렸다.
다만 금융위는 정부가 올 초 완화해 준 '금산분리'는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구조 규제로, '금산법'상의 금융계열사 의무 지분 한도 규제와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첨단산업 투자를 위한 공정거래법·지주사 규제 유연화와 사기업 주주환원을 위한 금산법 규제 완화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다"고 일축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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