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방이전 논란…해외 사례 보니 "금융중심지와 밀착"

금감원 노조 "선진국 중 감독기구·자본시장 분리 사례 없어"
일본·영국·프랑스는 금융중심지에 본부…미국·독일은 이원화 체제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기관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감독원 등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주요국 사례를 들어 금융감독의 핵심 기능을 금융중심지에서 분리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주요국 사례를 살펴보면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중심지 또는 금융시장과 가까운 곳에 배치하거나 본부를 다른 지역에 두더라도 금융중심지에 별도의 핵심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금융 현장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융민원의 81.4%,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 사례를 찾아봐도 금융감독기구를 자본시장 중심지와 분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금융청(FSA)은 도쿄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금융중심지인 도쿄에서도 중앙정부 부처가 밀집한 지역이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본부를 런던에 두고 있다. 리즈와 에든버러 등에 일부 인력과 기능을 분산했지만 금융감독의 중심은 금융중심지인 런던에 남아 있다.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역시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금융 중심지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다소 다른 형태지만 금융중심지에 주요 거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본과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다. 특히 증권감독과 자산운용 등 금융시장과 밀접한 기능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금융 관련 기관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에 집중했다.

금융중심지 밖에 금융감독기구를 두고 있는 선진국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행정수도인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금융중심지인 뉴욕 등에 지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본부는 행정수도에 두되 금융중심지에는 지역조직을 둬 현장 대응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 ⓒ 뉴스1 임세영 기자

전문가들은 금융감독기구 지방 이전의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국에서 금융감독기구를 금융중심지와 완전히 분리한 사례가 없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핵심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중심지 또는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된 곳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감독은 금융회사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고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수 시간, 수분 단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만큼 금감원의 핵심 기능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과 금융 안정에 직접 관련된 핵심 기능은 서울에 유지하고 지방에는 정책금융·지역금융·연구·교육 등 이전 효과가 큰 기능을 배치하는 절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방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감독기구가 현장을 떠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감독기구를 지방으로 내려보내도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전문가는 "미국 증권감독기구인 SEC를 보면 워싱턴DC에 있어도 잘 돌아간다"며 "꼭 서울에 있어야 할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 공공기관들의 반발은 금감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지난 11일 지방 이전 반대 정책 토론회를 열고 "예보는 부실 징후 포착부터 부실 결정, 정리 방식 설계 등을 수행하는 최후의 소방수"라며 "화재의 진원지를 진압해야 할 소방수만 떠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도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약 2200명이 참여한 지방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국책은행을 금융 생태계에서 분리하는 것은 금융 중심지 경쟁력을 약화하고 기업과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지방 이전 추진 재고를 촉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 ⓒ 뉴스1 임세영 기자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