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접수도 어렵다"…계약·잔금 앞둔 차주들 '발동동'

금융사, 대출 접수 60~90일 전→30~60일 전으로 축소
한도 축소·소진에 차주들 패닉…"구제책 마련해달라" 호소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2026.7.20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접수해두고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지만 거절될까 봐 밤잠을 설칩니다. 1~2곳 더 접수해두고 싶은데 한도가 열려있지 않다는 곳도 있고 다음 달에 와야 30일 전 접수가 가능하다는 곳도 있습니다. 너무 걱정됩니다.

9월 입주를 앞둔 예비 신혼부부 이모 씨(33)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과 보험사에 전화를 건다. 혹시라도 대출이 막힐까 다른 금융사에도 접수하려 하지만 "한도가 없다", "30일 전부터만 신청 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온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잔금을 앞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고강도 극약처방까지 내놓자 다른 은행으로 규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감마저 커지고 있는 여파다.

대출 신청조차 쉽지 않다. 통상 대출 신청은 잔금일 60~90일 전부터 할 수 있었으나 최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로 대부분의 금융사가 대출모집인을 통한 한도가 소진되거나 축소됐을뿐더러 접수 또한 30~60일 이내로 줄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경우 은행 대비 90일 전까지 여유있게 접수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선 은행과 동일하게 60일 전으로 취급 기준을 변경하는 추세다. 2개월 전 미리 접수하지 않으면 순번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배경이다.

여기에 주요 금융사의 대출 여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증가 목표치(4조 3300억 원)를 초과했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 6612억 원이다. 지난해 말 644조 9761억 원과 비교하면 4조 6851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5대 은행 중 3곳은 목표 대비 150%까지 초과한 상태다.

금융사 대출 여력이 하반기 초부터 빠르게 소진되며 연내 입주나 잔금을 앞둔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수렴 중인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홈페이지에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잔금대출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제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0대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7월 극도의 대출 규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계속 들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라며 6~7월 약정·계약된 건에 대해서는 구제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글쓴이는 "실거주 입주를 위한 잔금대출은 투기 자금과 명백히 분리돼야 한다"며 "(잔금대출을) 일반 주택 매입 대출과 동일한 잣대로 묶어 총량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상호금융권 등 대부분의 금융사가 이미 집단대출을 중단한 상태라는 점이다. 은행권 대비 저렴한 금리를 앞세운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농협, 신협)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 비회원 대상 대출을 이미 중단했다. 가계대출 폭증 원인으로 꼽히며 집단대출 영업은 연말까지 일제히 축소·중단했다.

은행권에선 기업은행이 8월부터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입주 사업장에 대한 집단대출을 중단했다. 접수 재개 일정도 추후 통보하기로 하며 연내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집단대출 중단 역시 다른 은행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2.50%→2.75%)하며 긴축을 선언하며 이자 부담까지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4.478%로 연내 최고 수준은 물론 지난 2023년 11월 13일(4.489%)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5대 은행 기준 최고 7.39%에 달하는 주담대 금리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 8%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은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세제 개편에 주목하고 있다. 세제·공급뿐만 아니라 금융 규제도 포함되면서 올해 남은 기간 대출 향방도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잔액으로 잡혀 있는 이주비대출, 중도금대출 정도만 잔금대출로 전환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우선 7월 말 부동산 대책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