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은행권에 3000억 특별출연 요구…"중기대출 늘려라"
부동산 이자 장사 아닌 '생산적금융' 강화 기조…대기업에 편중
3000억 특별출연하면 4.5조 공급 효과…은행 분담 비율은 '미정'
- 전준우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기자 =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에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3000억 원 규모의 특별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권의 기업금융 확대를 유도하는 가운데, 대기업으로 쏠리는 기업대출을 중소기업으로 돌려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0일 주요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은행권 전체 출연 규모는 3000억 원 수준으로 제시됐으며, 은행별 분담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 정책 기조다. 부동산 담보 대출 위주의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과 산업 현장으로 자금 물꼬를 틀겠다는 취지다. 은행권 역시 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속에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금융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금융 자금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82조 7204억 원으로, 전월(684조 4572억 원) 대비 1조 7368억 원 줄었다. 반면 대기업 대출 잔액은 190조 3641억 원으로 전월 대비 4조 9285억 원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에 특별출연하면 이를 기반으로 보증부 대출이 실행되는데, 대기업 위주로 집행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보와 기보는 은행 출연금을 재원으로 통상 출연금의 약 15배 규모까지 보증을 공급한다. 이에 따라 3000억 원이 특별출연되면 약 4조 50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보증부 대출이 새롭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 간 출연금 분담 비율 설정을 두고는 진통이 예상된다. 분담 기준을 '당기순이익'으로 할지, '중소기업 대출 비중'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새도약기금의 경우 은행별 보유 채권을 우선 분담한 뒤 남은 금액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을 필두로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부담이 커진다.
반면 '중기 대출 비중'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지난 1분기 기준 기업은행의 중기 대출 시장 점유율은 24.4%로, 출연금의 4분의 1 수준인 750억 원가량을 홀로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전체 대출 중 중기 대출 비중을 70% 이상 유지해야 해 현재도 이 비중이 80%대에 달한다.
은행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재원을 민간 금융회사에 반복적으로 부담시키는 방식에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은행권이 재원을 분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공정책 수행에 민간 은행을 동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도 5대 금융지주는 포용금융 차원에서 11조 3000억 원을 공급하며 정부 정책에 발을 맞췄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생산적 금융인 동시에 포용금융을 강화하는 양면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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