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출' 빨라지는 국책은행…산업銀, 4년새 남성 이직률 3배
[손발 묶인 국책은행]③산은, 남성 직원 이직률 9%…기은 6.2%, 수은 4.1%
시중은행보다 1400만원 낮은 연봉…지방 이전 가능성도 '불씨'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한때 금융권 최고의 '신의 직장'으로 꼽혔던 국책은행이 더 이상 인재들의 선망 대상이 아니게 됐다. 시중은행에 뒤처진 보수 경쟁력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핵심 인력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남성 직원 이직률은 4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고,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지난해 남성 직원 이직률은 9%로 집계됐다. 2021년 3%와 비교하면 4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산업은행 남성 직원 이직률은 2022년 6.4%, 2023년 6.6%, 2024년 8.6%로 매년 상승세를 이어왔다.
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남성 직원 이직률이 1.7%에서 6.2%로 뛰었고, 수출입은행 역시 3.2%에서 4.1%로 높아졌다. 여성 직원 이직률도 일부 증가했지만 남성 직원처럼 가파른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짧아지고 있다. 산업은행 정규직 평균 근속연수는 2021년 199개월에서 지난해 185개월로 줄었고, 기업은행은 209개월에서 195개월, 수출입은행도 155개월에서 151개월로 감소했다.
국책은행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보수 경쟁력 약화다.
한때 국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앞세워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의 선망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813만 원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1억2275만 원)보다 약 1400만 원 낮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보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이후 시중은행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국책은행은 총인건비 규제 등으로 임금 인상에 제약을 받는 반면 민간은행은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강화하면서 우수 인재들의 이동이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책은행에서 민간은행으로 옮기는 사례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중은행으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젊은 직원일수록 연봉과 성과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불거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 안팎에서는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력 유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2023년 부산 이전이 추진됐을 당시 자발적 퇴직자가 연간 30명 안팎에서 1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당시에도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핵심 인력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은행 역시 선거철마다 지방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조직 불안을 키웠다. 전체 직원 약 1만5000명 가운데 본점 근무 인원은 약 2000명에 불과해 당장 대규모 이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향후 신입 채용 경쟁력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연봉 경쟁력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본점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면 우수 인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에이스 인력이 민간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제도적 장벽도 적지 않다.
한국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등 각 기관의 설립 근거법은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어 실제 이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지방 이전 논의가 속도를 내더라도 실제 이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오는 9월 발표될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 로드맵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융노조도 최근 성명을 통해 "금융기관 강제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금융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며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봉 경쟁력 약화와 지방 이전 논의가 맞물릴 경우 국책은행의 인재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략산업 금융과 정책금융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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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AI와 반도체, 방산 등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할 정책금융의 중심에 있지만, 정작 국책은행은 20년 전 도입된 총인건비제와 경직된 인사·조직 규제에 묶여 민간 금융사와의 인재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여기에 지방 이전 논란까지 더해지며 우수 인력 이탈과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스1은 4회에 걸쳐 국책은행 경쟁력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금융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