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증시에 '멀미'…'은행 예금'으로 다시 뭉칫돈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963조…작년 11월 이후 최대
출렁이는 코스피에 불안감…"원금 보장" 은행 예금으로

미·이란 갈등 격화에 코스피가 급락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09.52포인트(5.35%) 하락한 7246.79, 코스닥 지수는 46.23p(5.56%) 하락한 785.00으로 마감했다. 2026.7.8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1만피'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가 7200선까지 급락하면서 원금 보장 상품인 은행 예금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증시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은행들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7일 기준 962조 7009억 원으로, 지난해 11월(971조 9897억 원)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949조 3998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13조 원 넘게 불어났다.

최근 증시 조정과 함께 예금의 상대적 매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오르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7200선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같은 기간 시중금리도 오르면서 예금금리 역시 상승했다. 현재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연 3%대, 일부 저축은행은 5%에 육박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금융권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2.40~3.83%로 집계됐다. 광주은행의 '굿스타트예금'(연 3.83%),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연 3.75%),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연 3.75%) 등이 3% 후반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5대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연 3.30%)이 가장 높다.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94%에 달한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예가람저축은행 'e-회전정기예금'(연 4.60%), HB저축은행 'e-회전정기예금'(연 4.51%) 등은 5%에 육박하는 금리를 제시하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예금 증가를 두고 "증시 대기 자금이 본격적으로 은행으로 '유턴'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 정기예금 잔액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자금도 포함되는데, 최근 증권사나 반도체 기업 등 대형 법인의 예치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자금이 예금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고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신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증시 자금이 빠져나와 은행으로 돌아오는 '역(逆) 머니무브'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과거와 달리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당장 비를 피하기보단 비를 맞으면서 반등하기를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제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정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시중은행 강남권 프라이빗뱅커(PB)는 "미국과 국내 증시 모두 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가격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자산가들이 예금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려 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현금을 비축한 채 저점 매수 시점을 재고 있으며, 반도체 등 핵심 업종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