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채무조정 깐깐해진다…주식·코인 보유 내역도 심사

가상자산·비상장주식도 재산 반영…변제능력 높으면 감면율 낮춘다
새출발기금 악용 막는다…사해행위 적발 강화 "필요 시 채무 회수"

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5.1.2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금융당국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심사를 한층 강화한다.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 보유 내역을 재산심사에 반영한다. 변제능력이 높은 채무자의 원금감면율 하한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재산을 고의로 축소하는 사해행위에 대한 조사도 확대해 제도 악용을 차단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업무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새출발기금 재산심사 및 감면기준 개선방안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상당한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변제능력 대비 높은 수준의 감면율을 적용받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제도 보완에 나섰다.

먼저 금융당국은 재산심사 시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 등을 재산심사 과정에 면밀히 확인해 반영한다.

새출발기금은 그동안 신청인이 제출한 금융자산 자료와 소득·부동산 정보 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해 왔으나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은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은 올해 1월부터 5대 원화거래소를 통해 계좌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계좌가 있는 경우 거래소 발급 잔고증명서를 신청인으로부터 직접 제출받아 재산심사에 활용 중이다. 비상장주식은 5월부터 홈택스를 통해 보유내역을 직접 제출하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다만 신청인이 직접 운영하는 법인의 비상장주식은 소득 확보 필요성을 고려해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는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가상자산거래소와 국세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받아 신청인이 제출한 재산내역의 누락 여부를 사후 검증할 계획이다. 필요시 약정 해지나 채무 회수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채무 감면 기준도 손질한다. 현재는 90일 이상 연체된 무담보 부실채권에 대해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최소 60%의 원금 감면율이 적용된다. 변제능력에 따른 차등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변제가능률이 100%를 초과하는 채무자에 대해 최소 감면율을 기존 60%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변제능력이 높을수록 감면율을 현행보다 5~30%포인트 축소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취약 차주에 대한 최대 감면율 90%는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이 낮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되 절감된 재원으로 여타 신청자의 채무조정 지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채무조정 신청 전 증여·매각 등을 통해 재산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사해 행위와 허위신고 행위 적발도 강화한다. 캠코는 지난 2월부터 재산조사전담반을 운영해 부동산 거래내역, 재산세 과세내역 등을 활용한 점검을 실시 중이다.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재산 조사에 필요한 정보의 일괄확인이 가능해지게 되면 보다 철저한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실시 중인 조사를 통해 채무자의 사해행위 등 의심 사례가 확인되는 경우 필요시 약정 해지, 채무회수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은 새출발기금 지원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재원 낭비를 줄여 꼭 필요한 취약 차주에게 지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적 채무조정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