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발목 잡는 신용평가 '낡은 틀'…'대안신용평가' 산 넘어 산

성실 상환·성장 잠재력 있는 중신용자 발굴 '선구안' 절실
세금·보험료 납부 등 공공 데이터 활용, 범정부 논의 필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17 ⓒ 뉴스1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현행 신용평가 시스템이 포용금융 활성화를 가로막는 '낡은 틀'로 지목되면서, 이를 대체할 '대안신용평가' 구축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신용평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협의와 규제 완화가 필요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출범한 '포용금융 전략추진단'은 신용인프라 분과를 중심으로 현행 신용평가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재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낡은 틀'로 규정하며 과감한 혁신을 촉구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것인가"라며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상환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역시 우량 고객 중심의 기존 시장을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으로 보고, 중신용자를 미래 주거래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성실한 상환 의지가 있는 고객을 가려내는 '선구안'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문제는 대안신용평가를 정교화할 핵심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원이 지난해 12월 '공공데이터센터 조직'을 꾸리고 20여 개 금융회사를 인터뷰한 결과, 업계는 국세청 세금 납부 정보나 4대 보험료 납부 정보 등 안정성과 변별력이 높은 공공데이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창옥 신용정보원 전무는 지난 17일 포용금융 대토론회에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성실 납부 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려면 결국 이를 보유한 중앙부처와의 긴밀한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데이터 활용 역시 촘촘한 규제에 막혀 있다. 대안 정보를 유의미하게 쓰려면 '가명 처리'와 '데이터 결합'이 필수적인데, 현행 제도하에서는 플랫폼별로 일일이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데이터 이용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금융그룹 내 자회사끼리 데이터를 공유할 때조차 번거로운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수록 정교한 평가 모델이 나오지만, 현재는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며 "가명 처리 후 암호화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데이터를 한 번 쓰고 바로 폐기해야 하는 비효율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JB금융지주와 SBI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공공과 민간 정보가 통합된 공동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 신용정보원은 최근 AI를 활용한 가명처리 모델을 개발해 9개 금융사와 시범 테스트를 마쳤으나, 이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설령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취합해 실제 신용평가에 활용하려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처 간 칸막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편하려면 금융위 외에 다른 부처들이 움직여줘야 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거론되는 공공 정보들이 신용평가 지표로 활용되기에 적합한지, 데이터 결합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등을 우선 꼼꼼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