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떠나는 퇴직연금…"머니무브 막아라" 신한, KPI까지 바꿨다
은행→증권으로의 머니무브 속 '락인'에 사활
타 금융사 이탈시 추가 감점…그룹사 내 이동은 추가 감점 없어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증시 활황으로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해 온 은행권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성과평가 체계까지 손보며 대응에 나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3월부터 퇴직연금 순증·순감에 대한 핵심성과지표(KPI) 평가 방식을 개편해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잔액이 늘거나 줄 경우 동일한 비율로 가점과 감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외부 금융사에서 자금을 유치해 오면 가점을 확대하고, 타 금융사로 자금이 빠져나가면 감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이나 신한라이프 등 그룹 계열사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추가 감점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퇴직연금 자금이 그룹 밖으로 이탈하는 것은 막되, 그룹 내 이동은 용인하는 구조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최근 가속화되는 퇴직연금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최근 코스피 강세와 함께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퇴직연금 자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의 DB형에서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가 가능한 DC형과 IRP로 이동하는 추세다. 특히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은행에서 증권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되면서 자금 이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 DB형 적립금은 98조9002억원으로 지난해 말(101조8187억원)보다 감소했다.
반면 DC형 적립금은 증가했다. 특히 증권사의 DC형 적립금은 지난해 말 37조8581억원에서 올해 1분기 43조1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IRP 시장에서도 증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증권사 IRP 적립금은 같은 기간 45조5590억원에서 52조6911억원으로 증가해 은행과 보험사를 웃도는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행권은 실적배당형 상품 확대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최근 은행·증권·보험 기능을 통합한 '신한 슈퍼SOL'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은행 고객이 별도 계좌 개설 없이 증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그룹 내 자금 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1분기 기준 54조7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53조4765억원)을 제치고 금융권 전체 1위에 오른 것으로,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두 자리가 바뀌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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