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학회 "지방재정 빨간불…담뱃세 정액인상해 세원 확충해야"

재정자립도 10년째 하락…"지방정부 재원 부족 심화"
"11년째 동결된 담뱃값…교정과세·세수 확보 기능 모두 약화"

지난 11일 서울시립대학교 법학관에서 ‘지방재정 확충과 담뱃세 보완 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허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출처=한국지방세학회)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 제고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담배에 대한 교정과세 기능을 보완하고 정기적인 정액 인상을 통해 지방세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5년 이후 11년째 동결된 담뱃값으로 실질 가격이 하락하면서 흡연 억제 효과와 세수 확보 기능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지방세학회(회장 임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11일 서울시립대학교 법학관에서 '지방재정 확충과 담뱃세 보완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허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교정과세(Sin Tax) 세원 설계론-정기적·점진적 세율 인상방안을 중심으로'를 발표하며 담뱃세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만성적인 지방재정 위기와 외부불경제 완화를 위해 설탕세(가당음료세), 담배소비세 등 교정과세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국고보조사업 매칭 예산 규모까지 확대되면서 자주재원 부족 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방재정의 자립 수준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는 2016년 46.6%에서 2020년 45.2%, 2025년 43.2%로 낮아지며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재원과 이전 재원을 포함한 재정 운용 역량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 역시 같은 기간 68.4%에서 64.9%로 낮아졌다.

허 교수는 술·담배·도박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재화에 과세해 소비를 억제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보전하는 '교정과세'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최근에는 비만 억제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설탕세 도입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당류 과잉 섭취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 등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15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허 교수는 "담뱃세의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본다"며 "담배소비세 등 관련 세금의 입법 모델이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 설탕세 역시 이러한 제도적 토대 위에서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교정과세의 대표 사례인 담뱃세는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를 비롯해 개별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 결합된 복합 과세 구조로, 지방재정과 공중보건 정책을 동시에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담뱃값은 2015년 인상 이후 11년째 45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명목 가격은 유지됐지만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실질 담뱃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흡연 억제를 위한 가격 장벽 역시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실질 가격 하락이 담배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교정과세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담뱃값 인상 직후 담배 제세부담금은 3조 5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가격 동결이 이어지면서 10년 넘게 연간 11조 원 수준으로 정체돼 조세 신장성을 상실한 상태다.

허 교수는 "현재 담뱃값은 2015년 인상된 4500원에 10년 넘게 머물러 있다"며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담배 가격은 약 3000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과세의 실효성이 왜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뱃세는 교정과세 효과가 핵심인데 흡연 억제라는 정책 목표 달성도 어려워지고 있으며, 매점매석과 조세 저항 등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담뱃세를 대폭 인상한 직후 흡연율은 일시적으로 급감했지만, 소비자들이 인상된 가격에 빠르게 적응하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 가격이 하락하면서 곧 반등해 정체됐다. 또한 급격한 가격 인상은 사재기 수요를 촉발하고 불법 담배 유통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시 불법 밀수 담배 규모는 1억 1400만 갑에 달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담뱃세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향후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조정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논의됐다.

허 교수는 "과거 물가연동제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매년 미미하게 오르는 가격 구조가 오히려 국민의 가격 적응력을 키워 금연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관련 입법이 좌초된 바 있다"며 "1~2년 단위로 정기적 정액 인상을 하게 되면 실질가격 하락을 즉각 방어하고 교정과세 본연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최적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호주·캐나다 등 교정과세 운용에 성공한 주요국들은 이미 1년 단위의 정기적 세율 조정을 통해 담뱃세의 주목적과 실질 가치를 보전하고 있다.

허 교수는 "담뱃세는 지방재정 확충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정과세 수단"이라며 "물가연동제의 경우 기술적 한계가 인정됐기 때문에 최초 도입하는 단계부터 담뱃세를 정기적,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bric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