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만→1100만원' 사채빚 황동만에 금감원 친구 있었다면…"갚지마"
"드라마 '모자무싸' 황동만, 연 60% 넘으면 원금 갚을 의무 없다"
李대통령 "법정이자 초과 대출 무효, 이자율 60% 이상 원금도 무효"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오늘 밤까지 1130만 원, 내일이면 1160만 원. 하루에 30만원씩 올라간다. 입금 안 하면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한테 전체 문자 쏜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9화에 등장한 불법 추심 장면이다. 주인공 황동만(구교환)은 고양이 수술비 17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썼다. 선택의 대가는 잔인했다. 이자만 500만 원 넘게 갚았는데 잔금은 1100만 원이 남았다.
불법사금융업자의 협박도 노골적이었다. 그는 "하루에 30만 원씩 올라간다"며 동만의 사진과 지인 연락처를 볼모로 신체적 위협과 불법 추심을 이어갔다. 170만 원 빌려 하루에 30만원 씩 늘어나면 대략 하루 이자율은 17.6%, 연 6400% 수준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주목할 대목은 불법 추심 장면이 아니다. 현행 제도 기준으로 보면 동만의 빚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그려낸 장면들은 최근 논란이 됐던 온라인 불법사금융 조직 '이 실장'과 유사하다. 이들은 30만 원을 빌려주고 6일 뒤 55만 원을 상환하는 이른바 '30/55' 형태의 고금리 대출로 20~30대 청년층을 끌어들였다.
평균 대출액은 100만 원, 대출 기간은 11일 수준이었지만 생활비나 기존 채무 상환을 위해 또 다른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다 다중채무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가 속출했다.
대출 과정에서 확보한 사진과 가족·지인 연락처를 협박 도구로 활용하고, 상환이 밀리면 채무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압박하는 방식도 유사했다.
문제는 피해자 상당수가 이런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사채라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이미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법 추심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시행령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7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기존 연 24%에서 4%포인트(p) 인하된 것이다. 법정 최고 금리 연 20%를 초과하는 이자는 초과분 전액이 무효다.
지난해 개정된 대부업법은 한발 더 나아갔다. 법정 최고이자율의 3배인 연 60% 이상의 초고금리 대부계약이나 성 착취·협박으로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로 한다.
드라마상 동만이 돈을 빌린 시점은 2025년 9월로 나온다. 개정 대부업법 시행 이후다. 여기에 연 60%를 훨씬 넘는 초고금리, 지인 연락처를 활용한 협박성 추심, 사진 유포 위협까지 더해진 만큼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법대로라면 동만이 갚아야 할 돈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낸 500만 원의 반환을 다퉈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사실을 직접 알렸다. "법정이자 초과 대출은 무효, 이자율 60% 이상이면 원금도 무효. 갚을 필요 없고 그렇게 빌려준 업자는 형사처벌까지 된다"며 "고리대와 도박은 망국 징조"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금융당국도 불법사금융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 피해자를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무효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서민들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이찬진 금감원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피해자가 계약 내용, 계약 체결일, 연이자율, 대출·상환금액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요건을 검토해 확인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해당 무효확인서는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 확인 소송이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불법사금융업자에게 추심 중단을 요구하는 근거로도 쓸 수 있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을 전담할 '민생금융범죄 특사경'을 이르면 연내에 출범할 예정이다. 연 20%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폭리를 취하는 불법 대부업자와 미등록 대부업체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한편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과다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서민금융진흥원(☎1397) 또는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연이율 60% 초과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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