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노후를 망치는 2가지 착각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노후 준비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예나 지금이나 답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편향'과 '근거 없는 자신감', 이 두 가지다. 정보나 지식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반복적으로 빠지는 심리에 대한 구조적 착각의 문제다.
'현재 편향'(present bias)은 현재의 효용을 과대평가하고 미래의 효용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성향이다. 사람들은 오늘과 내일을 비교할 때는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오늘과 2년 후를 비교하면 다른 선택을 한다.
개념적인 비유를 하자면, 오늘 빵 하나와 내일 빵 2개의 선택이면 내일을 선택하지만, 오늘 빵 하나와 1년 후 빵 50개를 제시하면 오늘을 선택할 것이다. 시간 간격이 길어질수록 미래 가치를 급격히 할인하기 때문이다. 이를 '쌍곡선 할인'(hyperbolic discounting)이라 부른다.
노후 준비는 이 편향이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현재와 20년, 30년 후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기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복리 효과는 과소평가하고, 당장의 변동성이나 불편은 과대평가한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필요한 투자는 하지 못한 채 예금이라는 단기 안정성에 머무르는 선택을 한다. 자녀의 결혼이나 체면을 위해 현재 큰 지출을 하면서도, 그로 인해 미래의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비용은 현실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재 편향은 인간의 진화 환경에서는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고, 식량이 지속해서 공급된다는 보장도 없던 시대에는 현재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문제는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수명과 소득의 예측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유전자에 각인돼 있는 '지금을 우선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많이 먹어도 그다음 며칠이고 한 달이고 영양분을 섭취 못 하기에 당뇨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주위에 음식이 항상 있다. '먹방'까지 가세해 식욕을 자극한다. 원시 시대에 유전자에 각인돼 있던 행동, 즉 '음식이 보이면 일단 많이 먹어라'는 행동을 하게 되면 내일도 모레도 이어지면서 당뇨와 비만이라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현대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현재 편향성을 버려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사람들은 미래의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자신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믿는다. 건강은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소득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며, 자산은 필요할 때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건강 악화, 조기 은퇴, 자산 손실은 예외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 확률을 자신에게는 낮게 적용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 구조는 단순하다. 준비는 미루고,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다. 따라서 해결은 의지나 결심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다음 4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미래를 추상이 아니라 '수치와 제약'으로 바꾼다. 노후 준비가 실패하는 이유는 '많이 필요하다'는 식의 모호한 인식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간 생활비가 4000만 원이고 10년을 더 살 가능성이 있다면 추가로 4억 원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미래가 선택이 아니라 조건으로 바뀐다.
둘째, 선택을 제거하고 자동화한다. 현재 편향은 선택이 있을 때 작동한다. 따라서 저축, 투자, 건강관리 등은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일정 금액의 자동 이체, 연금화된 자산,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은 의사결정을 줄여 편향의 개입을 차단한다. 필자의 지인은 노후에 7억 원의 종신연금에 가입했다. 그러자 본인도 자식도 건드릴 수 없는 돈이 됐다.
셋째, 실패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떻게 하면 실패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건강 악화, 소득 단절, 자산 감소와 같은 상황을 가정하면 자신도 자칫하면 그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하면 막연했던 위험이 현실적인 위험으로 전환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실험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계획할 때 20~30년 후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한다. 미래에 주름지고 나이 든 나의 모습, 불편하게 걷는 모습, 요양원에 있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머리에 계속 떠올려봐도 된다. 미래가 추상이 아니라 현실로 인식될 때 행동이 바뀌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의 성패는 내 마음이 저지르는 구조적인 착각을 인지하는 데 달려 있다. 인간은 구조적으로 현재 편향적이며 과잉 확신을 가진다. 이 전제를 받아들이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삶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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