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마다 '조단위 빅딜'로 판 바꾼 하나금융…이번엔 '코인판'

2005 증권·2012 외환·2019 해외·2026 두나무…7년마다 빅딜
네이버 손잡은 두나무, 카카오와 결별 수순…하나은행 '선점' 승부수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하나금융(086790)그룹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1조 원대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디지털자산 시장이라는 새로운 금융판에 본격 뛰어들었다.

거의 20년 전에 대한투자증권 인수로 금융투자업계 진출하고, 외환은행 인수로 메가뱅크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판이 바뀌는 순간마다 조 단위 베팅에 나섰던 하나금융의 빅딜 DNA가 다시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디지털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거래로 두나무 주주 구도도 재편됐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각각 최대주주와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존 10.58% 지분을 보유했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대신 하나은행은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단숨에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하나금융의 또 다른 '판 바꾸기 베팅'으로 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하나금융은 지난 20년간 7년 주기로 조단위 '빅딜'을 단행했다.

2005년 하나금융은 코스피 활황과 적립식 펀드 열풍 속에서 대한투자증권을 4750억 원에 인수하며 자본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인수는 현재 하나증권의 출발점이 됐다.

7년 뒤인 2012년에는 약 3조 9000억 원을 투입해 KEB외환은행을 품으며 단숨에 4대 금융지주 반열에 올랐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본격화된 2019년에는 베트남 최대 국영은행 BIDV 지분 15%를 약 1조148억 원에 인수하며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다.

그리고 2026년, 하나금융이 새롭게 선택한 시장은 가상자산이었다.

실제로 이번 두나무 투자는 함영주 회장 체제 들어 최대 규모 투자이기도 하다. 함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며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미래 금융의 핵심 변화로 지목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이번 투자를 통해 단순 거래소 지분이 아니라 미래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핵심 거점을 선점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전략적 업무협약도 함께 체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결제 생태계 구축부터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공동 진출, 디지털자산 기반 자산관리(WM) 서비스 개발까지 폭넓은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두나무가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할 경우 업비트·하나금융·네이버를 연결하는 초대형 디지털 금융 연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거래에서 지분을 넘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매각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두나무 지분을 전략적 투자(SI)보다 재무적 투자(FI) 관점에서 보유해왔다. 최근 카카오가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 매각 역시 AI 중심 사업 재편 과정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두나무가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와 '세기의 딜'을 결정하면서 카카오의 지분 축소는 예정된 수순으로 평가돼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및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4.30 ⓒ 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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