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사태' 일파만파…금융위 '장기연체채권' 전수조사 착수

금감원-신용정보원과 민원 정보 기초로 현황 파악 나서
李 호통에 금융권 혼쭐…시중은행도 내부적으로 전수 조사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4.28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20년 넘은 장기연체채권 추심 실태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이후 금융당국이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록수와 유사한 구조로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유동화회사(SPC) 전반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과 함께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개인채권을 유동화회사 형태로 보유한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장기 추심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유사 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동화회사는 등록 의무가 있고, 신용정보원도 채권 매각 때 등록 정보가 있어 이를 단서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민원 정보도 최대한 활용해 현황을 파악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권이 공동 설립한 민간 특수목적회사(SPC)다. 신한카드(30%)를 비롯해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 등 제도권 금융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대부업체 등 3곳이 보유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카드사태 후속 조치로 2004년과 2005년 각각 설립된 한마음금융·희망모아의 채권 상당수가 상록수로 넘어가 현재까지 상록수 명의로 채권 추심이 이어져왔다. 상록수는 연체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지 않고 계속 보유해 왔고, 이 과정에서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이 최근 5년간 약 420억 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개인 연체 채권 같은 경우 원칙적으로 캠코에만 팔게 돼 있지만, 캠코 이외에도 민간금융회사가 SPC를 구성해 부실채권(NPL) 정리를 전업으로 하는 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는 형태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자체적으로 현황을 파악 중이다. A 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은행에서도 내부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록수 사태는 이 대통령의 공개 질타로 촉발됐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채권이 정부의 새도약기금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적었다.

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카드대란 때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들은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았는데 국민들의 연체채권을 아직도 악착같이 추심하고 있다"며 "죽을 때까지 10배, 20배 이자가 늘어서 집안에 콩나물 한 개라도 팔아서 다 갚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위는 국무회의 직후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상록수의 주주사 전원을 정부서울청사로 긴급 소집해 보유 장기연체채권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상록수가 보유한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5000만 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을 최단시일 내 새도약기금에 일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상록수의 청산으로 약 11만 명(채권액 8450억 원)의 장기연체채무자가 장기 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오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신속하게 움직였지만, 23년을 견뎌내신 분들께는 너무 늦었다"며 "앞으로 포용금융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