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점이 하위 50%"…무너진 '고신용자' 공식[신용잃은 신용점수]①
'900점 고신용' 옛말…950점 이상 비중 28.6% 달해
주담대 950점·마통 960점…"체계 재정립 필요해"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900점 이상이면 고신용자'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개인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상향되면서 금융소비자 절반 가까이가 900점 안팎에 몰리며 더 이상 신용점수만으로는 변별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 이런 현상을 두고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나이스신용평가(NICE)의 올해 하위 50% 기준은 각각 875점, 889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5점씩 오른 수준이다.
불과 5년 전인 2021년만 해도 하위 50% 기준은 KCB 820점, NICE 859점이었는데, 무려 각각 50점, 30점씩 오른 것이다.
과거에는 통상 900점 이상을 '고신용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에선 889점이 하위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900점 만으로는 더는 고신용자라 부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950점 이상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KCB가 개인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던 2018년 당시 950점 이상 비중은 16.9%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28.6%까지 확대됐다. 금융소비자 10명 중 3명이 사실상 최고 수준의 신용점수를 보유 중인 것이다.
이런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 일선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주택담보대출(KCB·신규취급액 기준)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무려 947.8점이다. 지난 2022년 3월 말 913.8점과 비교하면 '34점'이나 오른 수치다.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의 평균 신용점수는 더 높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신용한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59.8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960점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문제는 신용점수는 높아졌으나 실제 차주의 체감은 과거보다 못한 것에 있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는 거절되거나, 기대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900점만 넘어도 우량 차주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930~940점대라도 실제 대출 승인 여부는 소득·현금흐름·DSR 등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신용점수 체계가 상위 구간에 지나치게 점수가 집중되는 구조로 변하면서 본래 기능인 '변별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전통적인 금융거래 이력만으로는 차주 위험도를 세밀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통신·소비·플랫폼 활동 등을 반영한 '대안신용평가(ACSS)'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기존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에 기반한 심사에만 의존하는 공급보다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중요성이 주목하는 부분도 이런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신용점수 체계에 대한 신뢰도 저하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점수의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신용점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금융시스템의 작동 방식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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