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개인카드 쓰고 구내식당 단골 …이복현은 법카로 미슐랭에

금감원 홈피에 전현직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 내역 공개
이찬진 월평균 208만원…이복현 자택 인근 심야 결제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4.28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사용한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역대 금감원장 중 건별 상세 내역까지 공개한 것은 이 원장이 처음이다. 전임 원장 시절 업무추진비 사용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9일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관장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내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8개월간 총 76건, 1668만 원을 사용했다. 월평균 9건, 208만 원 수준이다.

집행 내역을 보면 '부문별 현안 공유', '직원 격려 및 의견청취', '언론사 간담회' 등 소규모 점심 간담회가 주를 이뤘다.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일반 식당이 주를 이뤘으며 금감원 구내식당도 총 9차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평균 지출은 10만~30만 원대로, 1인당 2만~3만 원 수준이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점심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자리에서는 법인카드 대신 개인카드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개는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이 "부임 이후 업무추진비는 전부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국감에서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과도한 권한 행사 관련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이 원장이 업무추진비 공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이복현 전 원장의 사용 내역은 대조적이다. 이 전 원장은 2022년 6월 취임부터 2025년 5월까지 36개월간 총 9057만 원을 사용했다. 월평균 252만 원으로 이 원장보다 44만 원 많다. 가장 많이 쓴 달인 2024년 9월에는 총 412만 원을 사용했다.

사용처도 차이를 보였다. 이 전 원장은 1인당 20만~32만 원 수준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면서도 참석인원을 10명으로 기재해 총 결제금액을 29만 원으로 맞춘 내역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업무추진비 1인당 한도(3만 원)를 형식적으로 맞추기 위해 인원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일부 식당은 최대 수용 인원이 6명에 불과해 10명 참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이었다.

자택 인근 심야 반복 결제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원장은 금감원 본원이 위치한 여의도가 아닌 자택 인근 서초구에서 밤 10시 이후 업무추진비를 반복 사용하기도 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한 간장게장 집에서만 심야 결제가 8회 확인됐다.

업무추진비를 같은 날 심야 시간에 여러 차례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24년 4월 12일 오후 9시 10분에 골뱅이 가게에서 6만8000원, 오후 10시8분에 곱창전골 가게에서 9만원, 오후 10시 54분에 게장 집에서 13만6000원을 사용했다.

금감원은 정보공개센터가 세부 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연속 패소하자 최근 상고를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개가 전임 원장 시절의 비공개 관행과 선을 긋는 조치이자, 감독기관의 신뢰 회복을 위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업무추진비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6.5 ⓒ 뉴스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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