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공무원이 양자역학 열공…150조 국민성장펀드 '올인'[성장엔진 금융]②

반도체·AI·양자역학까지…금융위 공무원들 산업 공부 열풍
13개 메가프로젝트 승인 박차…첨단산업 넘어 '기술 초격차' 지원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금융은 중동 리스크라는 거친 파도 앞에서 기업의 유동성을 지키는 방패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일회성 처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준우 기자 = '생산적 금융' 대전환의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가 조직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 정책을 총괄하던 문과 출신 공무원들이 자동차 산업, 인공지능(AI), 나아가 양자역학까지 '스터디 삼매경'이다.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지원 분야가 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차세대 기술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위도 '산업을 아는 부처'로 변신 중이다.

반도체·AI·양자역학까지…금융위 공무원들 산업 공부 열풍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AI 등 산업 전문가들을 초청해 릴레이 강의를 열고 있다. 지난주 자동차산업 전문가 초청에 이어 카이스트 AI 전문가가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선다.

금융위의 스터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 내부 반응이다.

과거에도 점심시간을 활용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하는 이른바 '브라운백미팅'을 운영해 왔다. 당시에는 담당 부서 중심의 소규모 학습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참여 대상을 전 직원으로 넓히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경에는 우리나라 향후 20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조성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있다. 금융위는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넘어 반도체, 바이오, AI, 에너지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산업 이해도가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자신의 담당 분야가 아니라도 향후 맡게 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며 "조직 전체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13개 '메가프로젝트' 승인 박차…첨단산업부터 '기술 초격차' 분야까지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K-엔비디아 육성△국가 AI컴퓨팅센터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 △첨단 AI반도체 파운드리 △반도체 에너지인프라 △이차전지 소재공장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1차 메가프로젝트'를 선정한 바 있다.

이어 최근 △차세대 바이오·백신 분야 설비구축 및 R&D(바이오·백신) △OLED 초격차 확보(디스플레이) △미래모빌리티 및 방산지원(모빌리티·방산) △소버린 AI 생태계 확장 △에너지인프라 구축사업 △새만금 첨단벨트(로봇·수소·AI·에너지, 직접투자·인프라 투융자·대출) 등 6개 '2차 메가프로젝트'를 추가 선정했다.

1차 메가프로젝트의 경우 신안우이 해상풍력(3조 4000억 원), 울산 차세대이차전지(1000억 원), 평택 삼성전자 AI반도체 생산기지(2조 5000억 원), 리벨리온 증자참여(6000억 원) 등 총 6조 6000억 원 규모의 자급 공급을 승인한 바 있는데, 나머지 분야의 경우도 이르면 다음 달 중 대부분 승인될 전망이다.

2차 메가프로젝트도 이르면 오는 5월 중 자금 집행 승인에 이어 잇따라 지원 방안을 확정한다는 것이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1차 메가프로젝트가 자타공인 우리나라 '첨단산업' 위주였다면, 2차 메가프로젝트는 자금 지원 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가 핵심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보가 중요한 'OLED'뿐만 아니라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이다. 수천억 원대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한 9부 능선 기업을 국가가 뒷받침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4 ⓒ 뉴스1 임세영 기자
국가 생존 걸린 '국민성장펀드'…"과거와는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적 관심사에서 사라졌던 과거 정권의 대형 정책펀드와도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단순 저리대출', '간접투자'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직접투자', '인프라 투융자' 등으로 지원 방식을 다양화했다.

단기 수익성 중심 투자가 아닌, '장기 투자'로 초기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길게 바라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후발국의 추격과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우리 기업의 성장정체를 타파하기 위해선 단순 지원을 넘어 국가가 직접 참여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위 직원들뿐만 아니라 장·차관까지 직접 지방을 순회하며 국민성장펀드 지원처를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배경이다. 금융위가 전국을 순회하며 간담회를 여는 것은 12년 만이다. 전남·충청, 대구·경북, 울산·경남에 이어 강원도에서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중견기업'과의 밸류체인 강화, 수도권 밖 지방에 대한 '포용 금융'을 가미한 것도 특징이다. 최근 충북 오송 반도체 테스트 핵심 부품 생산기업 '샘씨엔에스'가 충북 내 기업 중 처음으로 국민성장펀드 지원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민성장펀드 수혜 기업이 독식하지 않도록 중소·중견기업과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프로그램'고 추진 중이다. 지방의 경우 60% 이상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지역전용펀드'를 조성해 매년 2000억 원 이상 지방첨단전략산업 생태계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