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소비쿠폰 이어 고유가까지…'국민 지원창구' 카드사의 딜레마

앞서 두 차례 지원금 사업서 신청 비중 70% 육박
정부 사업 협조 차원 나서지만…역마진·이자비용 부담은 여전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고유가 피해지원금 금융기관 업무협약식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및 금융기관 대표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17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2025년 소비쿠폰에 이어 올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까지 결정되면서 카드사들이 또다시 정책 집행의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카드업계는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 정책에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성 부담과 비용 전가 구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9개 카드사와 인터넷은행 3사,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핀테크사(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행정안전부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금융사는 오는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고유가 지원금의 신청 접수와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지급 등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금 지급 사업에 카드사가 동원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이어 또다시 카드사가 주요 지급 채널로 활용됐다. 특히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는 전체 신청자의 약 67.2%가, 소비쿠폰 때는 약 69.3%가 카드사를 통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원금 사업 때마다 카드사들은 지급 창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사업 구조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 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에는 이미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어 사용이 늘어날수록 '역마진' 구조라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1~1.45%, 체크카드 0.75~1.15% 수준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원금 사업은 30억 원 미만 가맹점이 대상이라 수익을 기대하고 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정부 사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산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정부로부터 정산을 받는 방식인데 이 과정이 최대 2~3개월 걸린다. 그사이 발생하는 이자 비용과 운영 비용은 카드사가 떠안아야 한다.

다만 시스템 구축 부담은 이전보다 줄었다는 평가다. 과거 지원금 사업을 통해 관련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둔 덕분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돼 시스템 준비는 무리가 없다”며 “서버 같은 부분도 기존에 있던 걸 활용해서 전체 사업비에서 크게 차지하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드업황 악화로 적극적인 마케팅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과거와 달리 캐시백이나 포인트 등 현금성 혜택은 제한적이다. 대신 카드사들은 고객 편의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들어 신한카드는 자녀가 부모님께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신청 방법을 발송하고 전화∙방문∙스마트폰 등 신청 방법에 따른 준비물, 신청가능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모님 신청 도와드리는 꿀팁' 서비스를 마련했다. 신한 SOL페이 앱에서는 상호명 조회뿐만 아니라 내 위치 기반 500m 이내 지원금 사용 가능 가맹점을 지도상에 표시해 보여주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 찾기' 지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원금 사업이 반복될수록 카드사의 정책 집행 역할은 강화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