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은, 스테이블코인 '은행 50%+1주' 근거로 '방송·신문법' 제시

공공 인프라 지분 규제 입법례 검토…"은행 중심 통제 필요"
지분 '상한 규제' 끌어와 '지배 강제' 설계…입법례 적용 타당성 논란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은행 중심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그 법적 근거로 방송법·신문법 등 공공 인프라 규제 입법례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영방송 프레임이 갇혀 세계적인 방송통신 융합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방송법 등을 은행 중심 규제 근거로 제시한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0%+1주' 우선 발행 방안과 관련해 방송법·신문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전기통신사업법 등 공공성이 높은 산업의 지분 규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방송법 제8조는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의 지분을 49%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문법 제18조 역시 대기업이 신문사 지분의 50%를 초과해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제9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제8조도 외국인 및 외국정부의 지분 보유를 각각 49% 이하로 제한하는 등 공공성이 큰 산업에서 특정 주체의 주식 보유 비율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률은 공공성이 높은 산업에서 특정 주체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지분 보유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 같은 입법례를 근거로 화폐대용재적 성격을 지닌 스테이블코인 역시 발행 주체의 지배구조를 법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이 과반 지분을 확보해 자본·외환 규제와 자금세탁방지(AML) 등 핵심 통제 기능을 주도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은은 "발행인에 대한 주식 소유 규제도 여타 국내 입법례와 같이 정책 결정을 통해 법령에 명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입법례 적용 방식에 논란은 커지고 있다. 한은이 참고한 방송·통신 분야의 지분 규제는 외국인이나 특정 기업의 지배를 막기 위해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지배 제한'인 반면,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은행이 반드시 과반을 확보하도록 하는 '지배 강제' 구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에 공공성이 있다고 해서 은행이 지분 과반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유례가 없다"며 "참고할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현재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방송법이나 신문법을 토대로 은행 중심 규제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가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간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취지"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신속한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이 지분 과반을 차지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된다는 근거도 부족하다.

한은은 그간 스테이블 코인 관련 세미나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자본·외환 규제 우회, 자금세탁 가능성 등 주요 리스크를 점검해 왔으며 은행 중심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해외 주요국 사례와도 괴리가 있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은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 지분 구조가 아니라 준비자산 관리, 공시, 유동성 규제 등 '행위 규제'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은은 '해외 입법례 조사 및 타법률과의 규제 정합성 등에 대한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은행 50%+1주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해외 입법례는 없으나 EU·일본·홍콩에서는 금융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