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이창용 '한은 CBDC 실험' 박차…금융권과 줄줄이 '맞손'

신한·IBK 이어 KB·하나와도 줄줄이 MOU 예정

신한금융그룹은 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관에서 '예금 토큰 기반 디지털 금융 인프라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금융 제공)

(서울=뉴스1) 김도엽 이강 기자 = 지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 속에 정책 동력을 잃었던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올해 들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CBDC를 임기 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만큼, 퇴임을 앞두고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2단계 실험에선 은행 2곳이 추가된 동시에 CBDC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관과의 업무협약(MOU)이 다음 주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3일 하나은행과 ‘예금토큰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다음 주에는 KB금융그룹과의 협약도 예정돼 있으며, 보험연수원과는 교육비 납부를 CBDC로 처리하는 실험을 추진한다.

지난 1일 신한금융그룹, 2일 IBK기업은행 등에 주요 금융사와의 MOU를 줄줄이 맺는 것이다. 이 총재는 앞선 두차례 MOU에도 '직접 참여'하며 사업 성공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이번 MOU는 한국은행이 기관용 디지털 화폐와 예금토큰을 활용하는 차세대 지급결제 시스템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 일환으로 맺어졌다.

일반 CBDC는 중앙은행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발행하지만,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은행들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용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은행이 고객 송금을 최종 정산할 때 한은에 맡겨둔 지급준비금을 활용하듯,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기관용 디지털 화폐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1단계 실험은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한은이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용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8만 1000여 명의 국민이 참가해 11만 5000건(1인당 약 1.41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데 그쳤다. 막상 사용해 볼 곳이 부족하고 기존 결제 서비스에 비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다수였다.

다만 2단계 사업은 1단계와는 사뭇 다르다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되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결제 사업에 진출하려는 은행이 많아졌고, 예금토큰 결제를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시험해 보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커진 것이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공공배달앱 '땡겨요'의 결제에 활용을 예고하는 등 적극 동참했다. 추후 신한EZ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납부 등 실생활에서 예금토큰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하반기부터 전국 GS25 가맹점에서 예금토큰을 활용한 결제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신한금융과 같이 일상과 밀접한 채널에서 활용해 보는 것이 공통점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이 총재 역시 실험 성공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재는 퇴임 전 여러 금융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에도 6대 시중은행장을 1대 1로 만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한 이가 이 총재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CBDC 전문가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 총재가 퇴임 전 사업 기반을 마련해 후임자에게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예금토큰 관련 그간 제한된 개인 간 예금 토큰 송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제 시마다 비밀번호를 중복으로 입력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없애고 지문 등 생체 인증 방식을 적용하는 등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했다.

결제 금액이 부족할 경우 연계된 은행 계좌에서 자동으로 예금이 토큰으로 전환돼 결제되는 기능도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 디지털 바우처 등 블록체인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사업도 확대한다. 특히 사용처 확대를 위해 정부의 국고금 집행 시범 사업과도 연계한다. 상반기 착수 예정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충전 시설 구축 사업 보조금 지급에 예금 토큰 인프라를 지원해 결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