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담대 줄고 기업대출 5조↑…투자 대기성 자금 '45개월 내 최대'

부동산대출→기업대출·증시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 본격화
'투자 대기성 자금' 요구불예금 2개월 새 50조 늘어

23일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6.3.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 분위기 속에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기업대출은 한 달 새 5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으로 언제든 옮겨갈 수 있는 '투자 대기성 자금'도 한 달 새 15조 원 이상 급증하며 45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7290억 원으로, 전달(765조 8655억 원) 대비 1364억 원 감소했다.

지난 2월 523억 원 소폭 늘긴 했으나 지난해 12월(-4563억 원), 올해 1월(-1조 8650억 원) 등에 이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0조 3339억 원으로, 전월 말(610조 7211억 원) 대비 3872억 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주담대는 1월(-1조 4836억 원), 2월(+5967억 원), 3월(-3872억 원) 등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1월(-4762억 원), 2월(+3조 931억 원), 3월(1조 7992억 원) 등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감소세다.

주가 변동성을 활용해 마이너스 통장 등을 이용한 수요가 늘면서 신용대출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6595억 원으로, 전달(104조 4954억 원) 대비 3475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5조 원 넘게 늘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기조에 발맞춰, 기업여신 위주의 자산 성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59조 7737억 원으로, 전월(854조 3288억 원) 대비 무려 5조 4449억 원 늘었다.

눈에 띄는 건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15조 원 이상 늘어난 점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대로 이자가 거의 없어 은행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핵심 예금'이다. 통상 연말, 연초에 정기예금 만기가 집중돼 요구불예금이 늘어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99조 9081억 원으로, 전달(684조 8604억 원) 대비 15조 477억 원 늘었다. 지난 2월 33조 3225억 원에 이어 두 달 새 50조 원 가까이 늘었다. '699조 9081억 원'의 경우 지난 2022년 6월(725조 6808억 원) 이후 45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를 두고 연말·연초 대규모 예·적금 만기 도래 후, 재예치가 아닌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에서 기업대출·증시로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동성은 증시로, 대출은 기업으로 재편되는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