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금리" 주담대 7% 돌파…'영끌족' 비명[중동發 금리쇼크]①

5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7%…3년 5개월만 최고
중동 정세 불안·신현송 한은 총재 지명…영끌 차주 이자 부담 급증

사진은 2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2026.2.22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금리 인하 국면에 발맞춰 대세 하락이었던 금리기조에 '이란 전쟁'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금융권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7%대를 넘어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을 맞으며 코로나19 시기 '영끌' 대출에 나섰던 차주들의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 4.42~7.02% 수준으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불과 두 달 전인 1월 중순(연 4.13~6.29%)과 비교하면 상단은 0.72%, 하단은 0.29%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4.65~6.06%로 처음 6%대에 진입했고 △KB국민은행 4.84~6.24% △우리은행 4.55~6.25% △농협은행 4.42~7.02%) △하나은행 4.75~5.95% 등 전반적으로 금리 상승세가 뚜렷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시장금리가 먼저 반응했고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급등한 점이 결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2월 27일 3.572%에서 30일 4.079%로 단기간에 0.5%p 이상 뛰었다. 금융채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매파 성향의 신현송 전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지명된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고 이는 금융채와 대출금리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 충격이 '영끌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2021년 저금리 환경에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주택을 매입했던 5년 고정금리 갱신 차주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금리 상승이 곧바로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월 이자 부담이 수십만 원 이상 늘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2021년 2030세대가 매입한 주택매매 건수는 전체의 26.5%에 달했다. 당시 상환 능력 한계까지 대출을 끌어다 쓴 차주들이 많았기에 조금의 금리 변동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금리 상승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와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이어질 경우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올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 확정이 지연되면서 은행 간 경쟁에 따른 금리 하락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하려면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을 수반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 입장에서도 굳이 가계대출을 더 유치하려고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위치에 처해 있는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데,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것도 원인"이라며 "한국은행 신임 총재도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 대출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