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0원 넘은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환율…장중 1536원까지 상승
4대 은행 외화 유동성·건전성 관리 체계 강화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달러·원 환율이 1530원을 돌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급격한 원화 약세에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주요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체계 점검에 나서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최고 1536원 수준까지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환율이 1530원을 넘은 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09년 3월 10일 당시 장중 최고 1561.0원을 터치한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여파에 따른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환율 상승은 은행의 외화유동성과 건전성 지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늘어나는데, RWA가 급격히 불어날 경우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자본비율인 CET1 비율 등 자본적정성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외화자산과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 CET1 비율의 분모인 RWA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약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본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지주를 필두로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BIS 비율 등 자본 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하는 등 관리 체계를 고도화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외화환산손익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 헤지를 적극 실시하고,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외화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을 당국 규제 기준인 80%를 넘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 초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을 설정해 환율 상승에 대비해 왔으며, 해외은행으로부터 무담보차입이 가능한 커미티드 라인을 상시 운영하는 등 비상시 외화자금 조달방안을 다양하게 보유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환율이 1300원에 도달한 2022년부터 위기 상황을 가정해 위기관리대책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에서는 유동성 및 자본 적정성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고 '환율 수준별 대응방안' 등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위기 대응 체계를 유지 중이다.
올해에는 적정 수준의 환율민감도 관리를 위해 자체 관리 방안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으며,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는 기간이 장기화 될 경우 위기관리대책 조직(위기대응협의회)을 매주 개최해 선제 대응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호성 행장 주재 은행위기관리협의회를 수시개최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리스크현황 점검 및 대응현황 △자금시장그룹 시나리오별 대응계획 수행 △휴일 비상 운영체계 가동 등이 논의됐다.
금융당국도 중동 상황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대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53조 원+α'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외환 수수료 및 금리 인하 등 지원 방안을 병행하기로 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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