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증여와 스와프(swap) 계약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상속은 사망 후에 재산이 이전되지만, 증여는 살아 있을 때 무상으로 이전된다. 증여는 부모가 미래에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을 일찍 물려줘 삶의 기반을 빨리 잡게 해준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집에서 회사 다니는 것보다 직장 근처에 집을 얻어 다니는 게 자녀의 경쟁력을 높인다. 집이 있으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망 후 남은 재산을 이전하기에 부모의 노후 준비 리스크를 증가시키지 않는 상속과 달리 증여는 부모의 노후 준비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그 결과 부모는 노후에 오래 살거나 혹은 질병 등으로 지출이 많이 늘어나면 어려움에 빠진다. 이는 증여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법 556조에는 부담부 증여가 있다. 증여하고 나서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 행위가 있거나, 증여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 증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는 범죄 행위나 부양 의무에 한해서다. 범죄나 중요한 학대가 있어야 하며, 부양 의무 위반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증명 책임도 증여자에게 있다. 또한 가족 내부의 신뢰를 법적 분쟁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이 지점에서 스와프(swap)라는 금융적 개념을 도입할 여지가 생긴다. 전통적인 금리 스와프나 통화 스와프는 서로 다른 현금 흐름을 교환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는 계약이다. 금리 스와프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한다. 변동금리 대출을 갖고 있는 기관이 이를 고정금리로 바꾸고 싶으면, 고정금리를 지불하고 변동금리를 받는 금리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수취한 변동금리로 지금의 변동금리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이 기관은 고정금리를 지불하는 현금 흐름이 된다.

이를 가족 간 이전에 적용하면, '현재의 부모 자산'과 '미래의 자녀 소득'을 교환하는 구조가 설계된다. 즉 부모는 지금 자산의 일부를 이전하고 자녀는 미래의 소득 흐름 일부를 부모에게 이전하는 계약이다. 이처럼 증여에 스와프 계약을 붙이면 일방적 현금 흐름의 증여에서 '현금 흐름의 교환'으로 구조가 바뀌게 된다.

구체적 설계는 다음의 요소를 포함할 수 있다. 첫째, 조건부 청구권(contingent claim)을 설정한다. 장수나 중대한 질병 등으로 부모의 노후자금이 임계 수준 이하로 하락할 때 계약을 발동하도록 한다. 둘째, 금액 고정이 아니라 소득 연동형으로 설계한다. 자녀의 소득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때 일정 비율을 이전하도록 하면 자녀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셋째, 지급 기간을 부모의 생존 기간과 연동해 사실상 가족 내 연금 구조로 만든다. 넷째, 장기 계약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담보 또는 준담보 장치를 고려한다. 법적 강제력에는 한계가 있으나, 명시적 계약은 최소한의 규율과 도덕적 구속력을 제공한다.

이 접근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스와프적 사고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증여가 '재산의 일방 이전'이었다면, '증여 + 스와프 + 조건부청구권'은 '현재와 미래 현금 흐름의 교환'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녀의 초기 자산 제약을 완화함과 동시에 부모는 노후의 장수 리스크와 소득 단절 리스크를 부분적으로 헤지(hedge)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부모와 자녀 세대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부모 세대는 자산 중심으로 축적했지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부족하다. 반대로 자녀 세대는 인적자본과 미래 소득 잠재력은 높지만 초기 자산이 부족하다. 이 구조적 불균형을 단순 증여로 해결하면 부모의 노후 불안이 커지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자녀의 생애 초기 투자 기회가 제한된다.

결국 해법은 '증여냐 상속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 가족 간 스와프 계약은 아직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았지만 개념적으로 설득력이 있으며 조건부청구권 개념과 함께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금융기관이 중개자로 참여해 표준화된 계약을 제공하거나, 보험·연금 상품과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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