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배구조 선진화 발표' 돌연 취소…금감원과 엇박자?

금융당국 ‘지배구조 선진화’ 발표 돌연 취소…배경 놓고 설왕설래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8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금융당국이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 일정을 공지했다가 돌연 취소하면서 금융권에서 배경을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 이견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주도권 갈등 가능성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2일(전날) 오전 10시 '금융사 지배구조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는 간담회도 예정했다.

이같은 일정은 전날인 11일 낮 12시 4분쯤 금융권에 공지됐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3시 52분 돌연 간담회 및 발표를 취소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는 간담회가 당일 돌연 취소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금융권 내부에서도 취소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당초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은 이달 말 금융지주 주주총회 이후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배구조 TF 실무회의에서, 금융지주가 뚜렷한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0%가 이상이 이달 임기 만료를 앞뒀으나, 실제 교체 폭은 지주마다 1~2명에 그쳤다.

우리금융이 지주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 3연임'의 경우 보통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의결 기준을 격상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동양·ABL생명 조건부 인수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 계획' 일환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금융권 압박 수위를 높이는 차원에서 주주총회 이전으로 발표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이 돌연 취소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내부 갈등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당초 지배구조 TF는 금융감독원 주도로 진행됐으나,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 CEO 연임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똑같은 집단이 소위 '이너서클'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계속해 먹더라"고 지적한 후, 금융위원회 또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논의에 뒤늦게 참여한 것이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 주도권을 두고 금융위·금감원 간 알력 다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 간담회 장소 역시 은행연합회와 정부서울청사 사이에서 변경되는 등 일정이 오락가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추진하자 금감원이 취소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금융권에서 흘러나온다.

또 이찬진 금감원장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고위급 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 중인 상황에서 금융위 주도의 발표가 추진된 데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시작했다가, 금융위 주도로 흘러가니 금감원이 제동을 건 것 같다"라며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협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과정에서 금융지주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