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총리 "공공기관, 수도권 잔류 최소화"…산은·수은·기은까지 '뒤숭숭'

금융노조 지방이전 TF 꾸려…구체화되기 전 선제 대응
산은 부산 이전 재점화될까…전 금융 공기업 바짝 긴장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5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정지윤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금융 공공기관이 뒤숭숭한 모습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IBK기업은행, 농협, 수협까지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지방이전 공동대응 TF를 꾸리고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동향 파악과 공동 대응 방향 논의에 들어갔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구체화되기 전에 금융권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함이다.

김 총리는 지난 5일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관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 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수도권 중심 성장 구조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국가의 공간 구조를 균형 있게 재편하고 문화와 산업 분야의 인력 양성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방침을 밝히자 금융 공공기관의 긴장감이 상당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은 물론 한국투자공사, 예금보험공사, 무역보험공사, 농협, 수협, 신협 등 서울에 있는 금융 공공기관은 모두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노조 TF 꾸리고 선제 대응…"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 미미"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통해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하고, 2027년부터 이전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로드맵이 구체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금융노조는 TF를 꾸리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금융노조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1차 지방이전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또다시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책 신뢰성과 수용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태도다"고 비판했다.

총 153개 기관, 약 5만 명이 이동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도 10개 혁신도시 인구 증가율은 평균 3.2% 수준에 그쳤고, 수도권 인구 집중 역시 완화되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거래소,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부산으로 이전한 바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2022년 11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은 동남권(부산·울산·경남)지역 조직개편 의결을 앞둔 이사회를 규탄하고 있다. 2022.11.29 ⓒ 뉴스1 장수영 기자
尹정부 때 산은 부산 이전 추진으로 '내홍'…지방 이전 부작용도 살펴야

금융기관이 지방으로 분산될 경우 국가 금융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부작용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산업은행에서는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노조에 따르면 산은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인원이 연간 30명 안팎인데, 부산 이전 추진이 한창 추진되던 2022~2024년에는 연간 100명 수준으로 3배가량 늘어난 바 있다.

당시 산은을 퇴사한 뒤 서울의 다른 금융기관으로 재입사한 직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아이가 어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지방 이전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많은 젊은 인재들이 산은을 떠난 이유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산은의 부산 이전 관련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된 논란"이라고 일축하며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으로 선회한 만큼, 산은이 2차 지방 이전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기대를 걸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은은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운용해야 하는 중책도 맡았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공적개발원조(ODA)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사관 등과 업무 소통할 일이 많아 지방 이전할 경우 업무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은 모두 지방 이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금융 공기업의 경우 규모나 영향력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탐내는 기관"이라며 "직원들이 거주지 문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지방으로 이전하면 업무 비효율성이나 기관 경쟁력 약화 우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기관들이 겪는 업무 비효율성 등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다"며 "지방 이전 로드맵이 구체화되면 해당 기관 직원들의 반발이 극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