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은행 가계대출 '쥐꼬리' 늘었는데…투자 대기성 자금은 '눈덩이'

요구불예금, 한달새 34조원 급증…43개월 내 최대
'새학기 이사수요' 주담대 늘어…신용대출 3개월 연속 감소세

22일 서울 시내 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6.2.22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은행권의 자금이 6000포인트(P)를 넘은 주식 시장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세가 '총량 관리'차 주춤하는 사이 주식시장으로 언제든 옮겨갈 수 있는 '투자 대기성 자금'은 한 달 새 33조 원 이상 폭증하며 43개월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8655억 원이다. 전달 말 765조 8131억 원 대비 523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달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연초 이사 수요 증가로, 1~2월 주담대 잔액이 크게 증가하는 과거와 달리 올해는 증가액이 약 6000억 원에 불과했다. 통상 은행권은 총량 목표치가 정해져야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는데,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대출 한파가 올해는 3월까지 지속된 셈이다.

가계대출 총량은 통상 매년 2월 말 결정되나 올해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관행적 대출 연장'을 지적하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0조 7211억 원으로, 전달 말(610조 1245억 원) 대비 5967억 원 늘었다. 2024년 2월(2조 7712억 원), 2025년 2월(3조 3835억 원) 등 조단위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연말정산, 설 상여금 등이 지급되며 신용대출은 감소 추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4954억 원으로, 전달 말(104조 7455억 원) 대비 4335억 원 감소했다.

12월(-5961억 원), 1월(-1985억 원)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이는 지난 2024년 12월~2015년 2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눈에 띄는 건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33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대로 이자가 거의 없어 은행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핵심 예금'이다. 통상 연말, 연초에 정기예금 만기가 집중돼 요구불예금이 늘어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84조 8604억 원으로, 전달(651조 5379억 원) 대비 33조 3225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 2022년 7월 말(688조 3442억 원) 이후 43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를 두고 예·적금 재예치가 아닌,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대출 잔액까지 감소 추세로, 부동산에서 증시로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이달 들어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건 2월 중 기업이 직원들에게 상여금 지급, 주주 배당금 지급 등 자금을 예치해 놓은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