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62조 '유령 코인' 사태, 가상자산 시장의 민낯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62만 개(약 62조 원) 오입금 사태를 접한 이들의 반응은 금융권 종사자 여부를 떠나 한결같았다.
고객 확보 목적의 이벤트 참여 이용자에게 줄 보상금 단위를 '원'이 아닌 'BTC'로 잘못 입력했는데, 대리급 직원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없는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탓에 비트코인 62만 개가 잘못 지급되는 사달이 났다.
이중 이용자 80여명은 빗썸이 사고를 인지하기 전인 20여분 간 비트코인을 매도한 뒤 발 빠르게 은행 계좌로 이체, 약 30억 원을 현금화한 도덕적 해이가 연출되기도 했다.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 증권' 사건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우리사주 배당금 1000원을 주식 1000주로 잘못 입력한 '팻 핑거'(Fat Finger) 실수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 약 28억 주가 발행됐고, 직원 16명이 약 501만 주를 시장에 매도하며 주가 급락이 야기됐다.
이번 사태를 접한 금융당국 수장의 일성은 "기가 막힐 일이다"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에 잘못 입력된 데이터가 실제 거래되는 심각한 위험이 발생했다. 잘못 들어갔는데 그게 거래가 되고 현금화되는 기가 막힐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촌평했다.
삼성증권은 '유령 증권' 사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신규 영업 정지 6개월과 과태료 1억 4400만 원, 대표이사 직무정지 3개월 등 중징계를 받았다. 빗썸도 삼성증권 못지않은 치명적인 시스템 허점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는데, 제대로 된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빈약하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2년 전 '응급처치' 차원으로 마련된 1단계 입법으로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담겨있지 않은 반쪽짜리 법안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현행법이 매우 허술하게 돼 있다는 부분을 저 자신도 놀라고 있다"며 금융회사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금융당국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2023년 법안 발의 당시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전반이 담긴 업권법의 필요성이 컸지만, 국회와 당국 등이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급한 불만 끄고 말았다.
일부 야당 의원은 국회 현안 질의에서 금융당국이 최근 5년간 빗썸에 대해 6차례 점검·검사를 실시했지만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의 전산 시스템 허점을 걸러내지 못한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겠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회와 금융당국,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설 연휴를 지나 가상자산 2단계 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몸소 확인한 만큼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오명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벗어야 한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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