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기사회생'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피했다…"실세 원장의 힘"

재경부 공운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보' 판단
공공성·투명성 제고 방안 조건 달아…'옥상옥' 비판한 원장 뜻대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민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무산되면서 '기사회생'한 금융감독원이 17년 만에 공공기관 재지정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 '지정 유보' 판단을 받았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그간 공공기관 지정을 두고 '옥상옥'이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 최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는 등 '실세 원장'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29일 오후 재정경제부는 공공기관관리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조건부 지정 유보' 판단을 내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금감원 운영 및 업무 전반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수는 있을 것이나, 주무 부처 중심의 현행 관리·감독체계와의 중첩으로 자칫 자율성과 전문성 훼손이라는 비효율적 결과가 초래될 우려도 존재한다"며 지정 유보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공공기관 지정이 아니더라도 공공성·투명성 제고 방안 이행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정원·조직, 공시, 예산·복리후생 등 경영관리 부문에서 '공공기관 수준 이상(공시항목 및 복리후생 규율대상항목 확대, 기관장 업추비 세부내역 공개 등)'으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검사, 인허가, 제재 등 금융감독 업무의 투명성·공정성 강화를 담은 쇄신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금융위가 공공기관 지정에 준하는 엄정한 엄정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한편, 이행 사항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5년 내 상위직급(3급)을 35% 수준으로 감축하는 조건으로 공공기관 지정을 피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공운위는 금감원에 △채용비리 근절대책 마련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등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 개선 등 4가지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5년 뒤인 지난 2024년 이를 모두 충족한 금감원은 지정 유보를 모두 충족해, 지난해엔 공공기관 지정 안건이 공운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이 거론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감독기관으로서의 독립적인 운영 필요성이 대두해 2년 만인 지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

최근에도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와 함께 다시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이 거론됐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단행하려 했으나,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번복된 바 있다.

이 원장은 그간 공공기관 지정을 '옥상옥'이라며 반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상당한 문제가 있어 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금감원은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예산과 조직 관련 결정도 금융위가 다 하는 등 한국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운위에서 '옥상옥'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기본적으로 납득을 못 하겠다"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요구되는 부분이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워낙 중요한데 (공공기관 지정)은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지정 유보를 두고 '실세 원장'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38년 지기 친구로 알려진 '실세 금감원장'으로 불리며,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금융위와 묘한 신경전이 벌이기도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유관·공공기관으로부터 받기도 한 업무보고에서 금감원만 쏙 빠진 것을 두고 양 기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를 두고도 금감원이 사전 협의 없이 확대를 추진하면서, 금융위가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만 인지수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며 "(훈령을) 고치도록 하라"고 지시하며 이 원장의 힘을 실어줘 '실세 원장' 인식을 굳히기도 했다.

당초 금융위 역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공운위 개최 전 최근에서야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이찬진 원장의 뜻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실세 원장의 힘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