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아직도 뭉칫돈?…2% 예금 깨고 '오천피' 불장 갈아탔다

은행 정기예금 증가세 꺾이고 주식 대기자금 '사상 최대'
시중은행 '머니무브' 예의주시…1월 보너스 향방 모니터링

1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1.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코스피가 '오천피'에 근접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2%대 은행 예금을 깨고 높은 수익률을 좇아 주식에 투자하는 '머니무브'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1월 말 성과급 등 회사 보너스 흐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 전환인지 판가름할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939조 2861억 원에서 이달 15일 기준으로는 938조 6613억 원으로 보름 새 11조 5697억 원 줄었다.

2022년 금리 상승기 급격하게 몸집이 불어났던 은행 정기예금의 증가세가 확연히 꺾인 것이다.

2022년엔 4~5%대 은행 예금으로 '역머니무브'…금리 내리자 시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21년 12월 654조 9359억 원에서 2023년 12월 849조 2957억 원으로 2년 새 1.3배로 불어났다.

당시에는 시중은행 예금으로 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는데, 금리가 0%대로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수시 입출금식)예금 대신 금리가 4~5%대에 달하는 은행 예·적금으로 뭉칫돈이 크게 몰렸다. 당시 요구불예금 잔액은 2022년 말 624조 5866억 원에서 2023년 초 588조 6031억 원으로 35조 9835억 원이나 줄었다.

이후 다시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은행 예·적금의 금리는 2%대로 떨어졌고,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늘어나면서 예금의 매력도가 크게 낮아졌다.

그러자 은행 예금을 깨고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서서히 시작됐다. 은행 정기예금의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고, 요구불예금의 대기 자금은 주식 시장으로 이동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삼천피' 동학개미 투자금 68조→'오천피' 92조로 폭증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674조 84억 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643조 5997억 원으로, 보름 만에 30조 4087억 원이 빠졌다.

반면 증시 대기자금이 사상 최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월 이른바 동학개미의 폭풍 매수에 힘입어 3000을 돌파하는 폭등장이 연출됐을 당시 증시 대기 자금은 2020년 말 기준 65조 5227억 원, 2021년 1월 68조 172억 원이었다. 이때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20년 12월 631조 1379억 원에서 2021년 1월 623조 1406억 원으로 7조 9973억 원 줄었다.

이후 금리 상승기 '역머니무브' 현상으로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며 투자자 예탁금은 40조~50조 원대로 줄어들다 지난해 말 85조 8291억 원에 이어 올해 8일 기준 90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15일 기준 잔액은 92조 6030억 원으로, '삼천피' 달성 당시 증시 대기 자금보다 1.4배로 불어났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이하 활동계좌 수) 역시 1억 개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모(FOMO·소외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극대화되며 '빚투'(빚내서 투자)도 증가 추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2024년 12월 103조 6032억 원에서 지난해 말 104조 9685억 원, 이달 15일 기준 105조 3695억 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시중은행 '머니무브' 모니터링 강화…1월 보너스 향방 중요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뚜렷해지며 시중은행의 위기감도 상당하다. 일단 1월 보너스가 어디로 갈지 시중은행은 예의주시 중이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1월 말 일반 회사의 성과급 지급 등 영향으로 1월 요구불예금 잔액보다 2월 요구불예금 잔액이 평균 4.4%가량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증시 대기 자금을 은행도 인지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1월 말 일반 회사들이 급여와 성과급 등을 일시적으로 지급하면 2월에는 은행 수신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번에는 다른 흐름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워낙 좋아서 '머니무브' 현상을 다소 걱정하고 있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공격적인 투자는 주로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노년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안정적인 은행 상품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아 아직 자금 이탈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