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퇴직 후 5단계 변화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설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사춘기를 앓는다. 인생 오전에서 인생 오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사추기(思秋期)를 겪는다. 사춘기를 겪고 성인이 되듯 사추기를 겪고 인생 오후에 접어든다. 사춘기와 사추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운율을 따라간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리듬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에 방영됐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와 10여년 전에 출간된 우치타테 마키코의 소설 '끝난 사람'에 잘 나타나 있다.

'김 부장' 이야기는 대기업에 다니는 김낙수 부장의 퇴직 전후의 좌충우돌을 보여주고 있다. '끝난 사람'의 주인공은 도쿄대를 나와 은행에서 임원 승진을 앞두고 계열사로 밀려난다. 결국 거기에서 퇴직까지 하게 되는데 그 이후에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이 둘의 퇴직 후 사추기의 운율은 5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큰 낙차를 경험한다. '끝난 사람'의 주인공은 "회사에서 내려오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누구도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기업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있다가 그 위세가 사라진다. 회사에서는 호랑이 체급이다가 회사를 나오면서 여우 체급이 된다. 내가 명령할 직원들도 없어지고 광야에 갑자기 홀로 선 듯하다. 엄청나게 큰 낙차(落差)를 경험한다.

2단계. 큰 낙차를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김낙수 부장은 자신이 나오고 나서 영업부가 문제가 생겨 자신에게 다시 회사로 돌아와 달라는 꿈을 꿀 정도다. '끝난 사람'의 주인공은 회사에서 주선해 준 중소기업 얼굴마담 자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인생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는 사람의 자기방어 기제가 작용한다. 자연스러운 자기 보호 본능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도가 심할 경우 위험한 3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방송 화면 캡처

3단계. 인정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무모한 행동을 한다. '끝난 사람'의 주인공은 중소기업 재건에 대표이사로 참여한다. 젊을 때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겠다고 의욕에 불타지만 결국 퇴직금을 날린다. 김낙수 부장은 월 1000만 원 월세 받는 상가를 갖고 있으면 이전에 있던 직원들이 자신을 우러러볼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덜컥 계약을 한다. 분양 사기를 하는 직원의 부추김에 그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돈까지 5억 5000만 원을 빌려 10억 5000만 원 상가 매수 계약을 한다.

4단계. 무모한 행동의 결과로 노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가정의 불화로 이어진다. 김낙수 부장은 좋은 아내를 둬서 이 위기까지 가지 않는다. 아내가 서울의 집을 팔고 경기도로 이사 가면서 차액으로 빚을 갚는다. 가정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반면에 '끝난 사람'의 아내는 별거에 이르고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다. 아내는 이미 미용 기술을 배워 미용실까지 개업했기에 자립할 기반을 갖췄다. 여하튼 두 가정 모두 노후에 흔들리는 위기를 겪게 된다.

5단계. 진정한 자아를 찾는 노력을 한다. 김낙수 부장은 술 마시고 집까지 한강 변을 걸어가는 도중에 지쳐서 쓰러졌을 때 두 자아가 다툰다. 여기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끝난 사람'의 주인공은 도쿄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내려가 친구들을 만나보면서 자신의 노후 길을 찾아보고자 기차를 타고 떠난다. 큰 낙차를 경험하고 난 뒤, 직장 때의 모습도 퇴직 후의 모습도 아닌 눌려 있던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이다.

사춘기에 사고가 많이 나듯이 사추기에도 사고가 많다. '김 부장'과 '끝난 사람'이 드라마틱하게 이를 잘 보여준다. 사추기 사고의 원인은 퇴직 후의 큰 낙차와 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 크게 옆길로 빠져 노후를 송두리째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과다한 인정 욕구를 버리며 특히 과거에 대한 과다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둘째, 자산을 관리할 때는 무리한 수익이 아닌 적정한 수익을 추구하고, 우량한 자산을 보유하며, 분산해야 한다. 경제와 금융의 변화는 급작스럽게 온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후를 한 방에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나는 예외'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런 생각은 심리적 편의(bias) 즉, 인간이 저지르는 체계적인 오류다. 나도 평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운율을 맞춘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often rhymes)고 했다. 사건이 똑같이 일어나지는 않아도 비슷한 패턴이나 주제로 다시 나타나곤 한다는 뜻이다. 퇴직 후 5단계도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경험은 공유할 것이다. 단계는 거치되 추락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opin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