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에 3600억 낸 은행들…이사회서도 "분담 기준 틀렸다" 쓴소리
기업은행이 개인 채무 조정에 377억?…이사회서 "이게 맞나?"
400억 내는 보험업계도 '평행선'…"부실채권 규모에 따라 내야"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의 장기연체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을 두고 금융권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출연금을 내기로 하면서도 '수백억 원씩 부담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새도약기금 출연안을 의결했다. 기업은행은 은행권 전체 분담액 3600억원 가운데 377억원(10.5%)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이사회에서 분담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 사외이사는 "출연금은 부실채권 규모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데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전체 대출 314조원 가운데 기업대출이 270조원(약 86%)을 차지하는 은행이다. 새도약기금의 대상인 개인 장기 연체 채권과는 거리가 먼 구조임에도, 시중은행들과 같은 수준의 수백억 원 출연금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채권(주로 신용대출)을 소각하거나,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해 주는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총 재원 88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은 정부가, 나머지 4400억원은 금융권이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금융권 분담액 4400억원은 은행권 3600억원, 생명보험사 200억원, 손해보험사 2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 300억원, 저축은행 100억원으로 나뉜다.
이러한 갈등은 은행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험업권 역시 회사별 분담 기준을 둘러싸고 이견이 첨예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 연체채권을 거의 보유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보험사들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책임과 부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권 이사회 참석자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부실 채권을 소각하는 정책이라면 부실 규모에 맞게 분담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연체율이 높은 금융사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를 다른 금융사들이 나눠서 떠안는 형태가 됐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을 향한 비판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을 속도전으로 추진하면서, 재원 조성 과정에서 업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사실상 통보식으로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이 많은 금융사일수록 출연금을 많이 낼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부실채권 규모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일부 금융사의 경영이 흔들릴 수 있어 결국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분담금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 선택됐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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