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청년들 해외투자 공감"…'서학개미 규제' 선 긋기(종합)

"금융사 털리면 누가 돈 맡기나"…롯데카드·업비트 해킹에 '강경 기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09일 만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장은 극한 직업인 것 같다"는 소회를 남겼다. 금감원 조직 내부 현안에 더해 금융시장 이슈까지 겹치는 업무 부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다만 국회 국정감사를 거치며 업무 파악을 마무리한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증권·보험부터 가상자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드러냈다. 간담회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어 1시간 30분간 진행될 정도로 폭넓은 주제가 논의됐다.

이 원장은 금감원의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보호 대전환'을 제시했다. 금감원이 정부 조직개편 논의에 오른 배경으로 '소비자보호 미흡' 지적이 제기됐던 만큼, 금감원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고 과제는 '소비자보호 DNA'

이 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내부 조직과 시장 상황을 살피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시기라 사실은 좀 힘들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금감원장은 거의 '극한 직업'이다"면서 "만약 제 후배가 이쪽으로 오겠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업무 체계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 강화'를 금감원 최고 과제라고 제시하며 연내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맡아온 기능을 은행·증권·보험·중소금융 등 업권별 조직에 직접 심어, 소비자보호 기능을 전체 조직에 내재화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를 재추진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미션은 금융사 건전성 감독이지만, 그 핵심은 결국 소비자 보호"라며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분리하는 접근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롯데카드·업비트 해킹사태에 '강경 대응'

은행권 최대 현안인 '홍콩 ELS 과징금'과 관련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주 은행 5곳에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조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방침을 전달했다.

다만 금감원이 소비자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첫 제재라는 상징성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롯데카드 사태 등 금융권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 대해 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보안 시스템 투자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금융사가 털리면 누가 돈을 맡기겠느냐"며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안정성인데, 이번 사태로 신뢰 위험이 발생한 만큼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보안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 규제 없다…청년 해외투자 공감"

금감원이 '서학개미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원장은 "직접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외환시장 불안 요인으로 개인 해외투자를 지목하며 금감원에 적절성 검토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발언이다.

이 원장은 "금융사들이 해외투자 위험과 환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청년들이 오죽하면 해외로 해외 투자를 하겠느냐.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이 흔들리면 우리의 급여가 디스카운트 되고 있다는 데 분노해야 하고, 국민연금이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삼성생명 일탈회계'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하고, 일탈회계 중단 시에도 이를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원장은 "빠르면 12월 말, 늦어도 1월에 정리될 것"이라며 "혼란을 막기 위해 소급 적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탈회계를 허용했던 과거의 판단과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당시 상황 반성은 아니고, 당시엔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상적인 국제회계 기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