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ELS 과징금, '생산적 금융' 확대에 차질없도록 진행"

"ELS 과징금 확정 전까지 RWA 반영 유예 검토"
"대출 한파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금융위와 공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모험자본 생태계와 상생금융 활성화를 위한 중기부-금감원 업무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김근욱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주요 시중은행 5곳에 총 2조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인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정부 정책인 '생산적 금융' 확대에 차질이 없도록 과징금의 위험가중자산(RWA) 반영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말 대출 한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금융위원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대처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일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과징금 부과가 생산적 금융 확대와 상충한다는 지적에 대해 "모험자본이나 생산적 금융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은행은 지난주 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 금감원으로부터 총 2조 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사전 통보를 받았다. 기관 제재를 포함한 일부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사전 통보지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위반 행위로 얻은 수익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부과기준율을 정하고, 이후 피해 배상 노력 등 감경 요소를 적용해 최대 75%까지 감경받을 수 있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조 단위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면서,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생산적 금융'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사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통상 과징금액의 7배(600%)를 리스크로 인식해 향후 10년간 RWA로 반영해야 한다. 2조 원의 600%인 12조 원을 향후 10년간 각 은행 RWA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RWA가 늘어나면 자본건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져 자기자본을 추가로 쌓거나, 대출을 줄여야 해 '생산적 금융'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추후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 가능성을 감안해, 은행권이 과징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RWA 반영을 유예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 원장은 "생산적 금융에 지장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위험가중자산 비율이 올라가는 것과 자본건전성 차원에서 10년 동안 7배를 반영하는 부분 등 2가지 장애가 발생하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금융당국과 협의를 해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제재 한도와 관련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를 감안하되 정책적 우려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하고 있다"며 "과징금이 확정되기 전에 (RWA 반영 유예) 부분도 논의는 되고 있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방향에서 금융당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이 원장 체제에서의 첫 대규모 과징금이란 상징성도 감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첫 리딩케이스라는 부분이 있다"라면서도 "사고가 났을 때 사후적으로 구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서, 사후 구제 노력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감독당국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서 홍콩 H지수 ELS 관련 '자율 배상'을 지시한 바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자율배상 동의율은 96.1%에 이르러 대부분의 배상을 마무리한 점 등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대규모 해킹사태가 발생한 롯데카드 등에 대해선 사후 구제 노력을 은행권과 동일한 잣대로 제재에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 피해 구제 관련한 것은 ELS와 해킹사고는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며 "ELS는 실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배상 관련한 부분이지만, 금전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개인의 기밀한 금융정보가 노출됐을 때 느끼는 각자의 피해 수준은 상당히 다르다. 동일 선상에서 반영될 사안은 분명히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롯데카드에 대한 조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 "해킹 사고를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보안 시스템 투자가 형편없는 정도의 수준이다. 뚫리면 회사가 망할 정도라는 인식을 덜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연말 대출 한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하나은행 등이 연말까지 신규 가계대출 접수를 막은 상황이다.

이 원장은 "시중은행 상당수가 대출 한도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확인되고 있고, 몇 곳은 연말까지 한도 목표를 초과할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며 "다만 내년까지 대출 충격, 대출 절벽에 발생할 정도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려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BNK금융그룹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수시검사를 검토 중이란 답변과 관련해선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거버넌스 건전성 염려에 대해선 최대한 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사의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적이지만, 이사회 구성이 균형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임원추천위원회 후보자들이 실질적인 경쟁이 되지 않고 들러리 식으로 세워지는 부분이 있다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 최대한 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취임 3개월을 맞은 소회에 대해선 "금감원장은 극한직업"이라고 심경을 토했다. 이 원장은 "걱정한 대로 전문 경영인, 전문 영역이 아니라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며 "국정감사는 어느 정도 (금감원장으로서) 체계를 갖추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