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빚투' 열풍에 '마통' 이달들어 1.1조 급증

주담대 330억 증가 그쳐…신용대출만 9000억 증가
요구불 3조 감소…금리 인상에 예적금은 10조 늘어

9일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주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서만 1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에 본격 나서자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과정에 신용대출까지 동원한 '빚투' 열풍이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통장 이달 1조 1238억원 폭증…증시로 머니무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5조 6274억 원으로, 지난달 말(104조 7330억 원) 대비 8944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분은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이끌었다. 지난달 말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 4672억 원이었으나, 13일 기준으로는 40조 5955억 원으로 무려 1조 1283억 원 폭증했다.

이달 초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로 자금이 몰리는 과정에 마이너스통장 대출까지 동원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조 7612억 원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5조 3229억 원 순매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97억 원이다. 지난 7일 기준으로는 26조 2165억 원으로 2021년 9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빌려준 금액이다. 은행보다 이자는 비싸지만, 손쉽게 빌릴 수 있어 주가 상승장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개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IPO(기업공개)만 하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하루 단위로 변동 폭이 크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감소세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되찾을 수 있는 예금이다. 소비자는 고금리 예금 상품의 만기 이후 이를 정기 예·적금 상품에 예치하지 않고 일종의 '대기성 자금'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13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44조 4464억 원으로, 전달(647조 8564억 원) 대비 3조 4100억 원 감소했다. 지난달에만 21조 8675억 원 감소한 데 이어 한 달 반 새 25조 원이 빠졌다.

대출 규제 영향…주담대 증가세 큰 폭 둔화

신용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13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0조 6764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303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 잔액은 신용대출 증가 영향으로 이달 9625억 원 늘었다.

주요 은행 대부분이 일찌감치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6.27·9.7·10.15 부동산 규제 이전 신청된 물량이 점차 소화되고 있는 영향이다.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17일부터 영업점을 통한 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축소된다.

'수신 방어' 수신금리 올리자…예·적금 잔액 10조 늘어

한편 시장금리 상승에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 은행권의 예·적금 잔액은 늘었다.

14일 기준 농협은행이 주요 예금 상품 금리를 2.86%까지 올린 데 이어 △하나·우리은행 2.80% △신한은행 2.75% △국민은행 2.70% 등 두 달 만에 0.3%포인트(p) 가까이 인상했다.

은행권에선 시장금리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고 하지만, 증시로의 예금 이탈로 연말 만기를 앞둔 상황에 수신 방어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자 잔액도 늘었다. 13일 기준 5대 은행 예·적금 잔액은 1021조 1444억 원으로, 지난달 말 1011조 3281억 원 대비 9조 8163억 원 늘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