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불장, 속타는 포모 개미들…예금 깨고 대출 당겨 '증시로'

코스피 연일 최고치…은행 대기성 자금 한달새 28조 '뚝'
잠잠하던 신용대출도1조 증가…증권가 "지수 더 오른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5.10.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한 달 새 30조 원 가까이 줄었다. 또 소강상태를 보이던 '신용대출'은 약 1조 원 증가해,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현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19조 9327억 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648조 3154억 원)보다 28조 3827억 원 줄어든 수치다.

직전 달과 비교하면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9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8월 말(626조 8957억 원) 대비 21조 4198억 원 늘었던 것으로, 한 달 만에 증가세에서 급감세로 전환됐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자금으로, 흔히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이는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신용대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8598억 원으로, 전월(103조 8079억 원)보다 1조 519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이후 3개월 동안 △4334억 원 감소 △1103억 원 증가 △2711억 원 증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미국 주식 투자나 공모주 청약 등으로 일시적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달은 가계대출 규제 영향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된 흐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5.7.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전문가들은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자산 이동)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부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 뉴스1 투자포럼(NIF)'에서 "현장에서 고액자산가나 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껴지는 트렌드가 있다"며 "지금 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년 100조 원가량 늘던 저축성 예금이 올해는 44조 원 증가에 그친 것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며 "이제는 '예금보다 주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상승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폭만 보면 다소 가파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나스닥지수나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상승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며 "과열이라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023년과 2024년 국내 증시는 다른 주요국과 달리 조정 국면을 이어왔다"며 "국내 경제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저평가됐던 코스피가 이제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잇따라 기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2831억 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32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3% 늘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