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2억 모았더니 2억 더 모으라고?"…대출규제에 실수요자 '날벼락'
매매가 대비 대출, 기존 70→40% '뚝'…"억 단위 자금 애로"
서민·무주택자 DSR 한도도 '뚝'…"3천만원, 어디서 구하나"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 30대 A 씨가 서울에서 7억 원대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한 현금은 약 2억 원 초반이었다. 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면 7억 원의 70%인 4억 9000만 원을 금융권 대출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7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4억 원대 초반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LTV가 40%(2억 8000만 원)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A 씨는 "현금 4억 원 이상 있어야 집을 살 수 있게 된 건데, 피땀 흘려 2억 원을 모아 내 집 마련을 준비했더니 이제는 2억 원을 더 모으라는 얘기"라며 "결국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10·15 대책'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목적을 '실수요자 보호·투기 대출 차단'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정부가 '실수요자'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주택자의 추가 매매나 전세 거래와 달리,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 계약은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이번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유주택자·무주택자 구분 없이 LTV 40% 규제가 일괄 적용됐다. 이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부동산 매매 계획에서 '억 단위' 차이가 생기면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며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기존과 동일하게 LTV 70%를 유지했다. 그러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하한을 기존 1.5%에서 3%로 상향 조정하면서, 생애 최초 구입자들 역시 대출 한도에 차질이 생겼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소득 5000만 원인 차주의 경우 대출 한도가 약 2200만~4400만 원 줄어든다. 연소득 1억 원 차주는 6700만~8600만 원까지 감소한다.
정부는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 금리 인하 국면에서 과도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인데, 스트레스 금리 강화 조치는 16일부터 즉시 적용됐다.
한 대출상담사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서 부동산을 사는 판국에 갑자기 3000만 원을 어디서 구하느냐"며 "스트레스 DSR 조정은 당장 집을 사려 했던 분들에게 집을 못 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10·15 대책'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면서 국회에서도 정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14억 원에 달한다"며 "무주택 근로자가 최대 5억 7000만 원을 대출받더라도 나머지 9억 원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 푼도 쓰지 않고 17년을 모아야 내 집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투기 수요를 막는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라며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실수요자와 청년에게 숨통을 틔우길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날 "시장과 실수요자,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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