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번째 대책…'땜질규제'에 난무하는 지라시, '막차심리' 자극했다
주담대 4억 제한·서울 전지역 규제…지라시에서 '성지글'로
불안심리 자극해 '막차 수요'…5대 은행 대출 지표도 '꿈틀'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그냥 지라시인줄 알았는데 성지글이었네요."
'집값 전쟁'을 벌이는 정부가 또 한번의 초강력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추석 연휴 동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부동산 규제 지라시'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초 해당 글은 서울 전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4억 원 제한 등의 강도 높은 규제로 단순 루머로 취급됐지만, 실제 정부 발표 내용과 큰 틀에서 일치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라시가 규제 발표 전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이른바 '막차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6영업일 만에 지난달 증가폭을 넘어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추석 연휴 기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내 마음의 엠바고'라는 제목의 지라시가 화제가 됐다. 해당 글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4억 원 제한 △서울 전 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경기 주요 지역 투기과열 또는 조정지역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지라시가 다시 주목받은 건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출 한도도 15억 원 이하 주택은 기존 6억 원 한도를 유지했지만, 15억 원 초과 주택은 4억 원으로 줄고, 25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2억 원으로 더 조였다.
당초 이 지라시에는 '11월 금리 인하' 등 개인이 예측하지 못할 내용도 포함돼 단순 루머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실제 정부 대책이 큰 틀에서 일치하면서 "지라시가 성지글이 됐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속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부동산 대책 발표와 관련해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자 "발표 여부나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자료를 냈지만, 닷새 만에 실제 대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사실 부동산 규제 지라시는 추석 연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 6월 27일과 9월 7일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추가 규제'를 예고하자, 관련 내용을 담은 글들이 주기적으로 확산됐다.
문제는 지라시가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 발표를 앞두고 '나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른바 '포모'(FOMO) 매수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끝난 10일 이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는 아파트 매물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잇따랐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규제 관련 소문이 돌면서 추석 연휴 내내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출 지표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64조949억 원에서 15일 기준 765조 7559억 원으로 1조 6000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달 증가폭(약 1조 20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추석 연휴로 실제 영업일이 6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땜질식 규제가 지라시 확산을 부추기고, '지금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정부 출범 후 4개월 만에 벌써 3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론 규제를 통해 거래를 억제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럼 언제까지 억누를 건데?'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는다"며 "그간의 사례를 보면, 규제 자체나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은 때로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부동산 대책에 대해 "서울 추방 명령, 시장을 이기겠다는 반시장적 수요 억제책"이라며 "이 추세라면 임기 5년 동안 45번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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