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행의 변신은 무죄…카페로 거듭난 옛 '신한은행 정릉지점' 가보니
2021년 통폐합 이후 카페로 개조…전표주문서·은행 창구 등 '이색 분위기' 주목
67명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고용…신한금융 "청각장애 청년 자립 지원"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동네 사랑방이죠. 동네 사람들이랑 모이면 항상 여기로 옵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카페스윗 정릉점'을 방문한 60대 주민 박 모 씨는 손님으로 북적이는 매장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카페스윗 정릉점은 과거 ‘신한은행 정릉지점’이었던 곳을 개조해 지금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신한은행 정릉지점은 은행권의 지점 축소 기조에 따라 2021년 10월 신한은행 길음동지점으로 통합됐다.
다만 신한은행 정릉지점의 건물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카페로 재탄생했다. 은행 인테리어를 닮은 독특한 분위기에 SNS상에서는 '수상할 정도로 은행 디자인을 따라 한 카페'로 알려지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카페 내부는 인테리어나 소품 등 은행이었던 시절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입출금 전표를 작성하던 접수대는 메뉴 주문서를 작성하는 공간으로, 칸막이가 있는 은행 창구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주방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카페는 모임을 갖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동네 주민들로 가득 차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인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는 60대 남성 박 모 씨는 "여기가 옛날엔 은행이었던 자리"라며 "어느 날 공사를 하더니 카페가 돼서 요즘은 동네 사람들과 만나러 이곳에 자주 온다"고 했다.
카페 2층은 옛날 은행을 컨셉으로 한 레트로한 분위기로 구현됐다. 매장 가운데에는 '대부계', '수신계, '카드계', '외환계'라고 적힌 창구가 커피 테이블로 쓰이고 있었다.
한켠에는 'VIP 룸'이라고 적힌 프라이빗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과거소수의 고액자산가들이 이용하던 접견실을 표현한 듯 푹신한 소파와 옷걸이, 화분 등이 배치됐다.
과거 은행에서 실제로 쓰이던 금고도 포토존으로 마련됐다. 육중한 철문 뒤로는 열쇠 자물쇠가 달린 여러 개의 작은 금고가 빼곡히 들어선 모습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은행 전표를 본뜬 '주문 전표'다. 카페 스윗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있는데, 직원과 손님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전표 양식을 활용한 주문서를 마련한 것이다.
'카페스윗'은 신한금융그룹의 비영리 공익법인인 신한금융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본사에 있는 본점을 비롯해 백년관점, 서울대입구역점 등 서울 내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청각장애인 대상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커피 제조만이 아닌 전문가로 성장시키며 선순환적 사회공헌체계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영업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재투자하거나 커피 원두를 매월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카페스윗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카페스윗에 총 117명의 청년이 채용됐으며, 이 중 67명은 청각장애인 청년으로 전체 직원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카페스윗을 통해 청각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와 제빵사로 역량을 키우고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가.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중 2번째로 많은 장애가 청각장애이지만 소통 능력으로 인해 고용률이 낮고 이직률도 높다"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경제적 자립을 고민하고자 청각장애인들과 사회적협동조합 스윗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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