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부고장 펄럭, 바닥엔 명패 행렬…금감원 사흘째 '검은 물결'
금융위 향한 목소리…"법 개정, 금감원과 논의하라"
12일 IMF와 면담…'금융감독 독립성 훼손' 의견서 준비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정부 조직 개편과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며 사흘째 출근길 시위를 이어갔다.
11일 오전 8시 여의도 금감원 본원 1층 로비에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운명을 다했다"는 내용이 적힌 대형 부고장이 내걸렸다.
로비 한쪽 근조기 아래에는 직원들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떼어온 명패를 줄지어 놓으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전날 여야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날도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수백 명의 직원들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한 직원은 "시위에 참여해야 할 지 고민했지만, 아직 법안의 잉크가 마르지 않은 상태 아니냐"며 "꿈틀거려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로비로 나왔다"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상급 기관인 금융위를 겨냥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금감원의 핵심 기능인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금융위로 이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위 설치법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며 "금융위 조직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 직무대행 이르면 이번 주 진행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면담에서 이를 건의하겠다고도 했다.
정 직무대행은 "제재심 이관 문제는 반드시 이찬진 원장 면담에서 건의할 것"이라며 "이를 막아주는지가 원장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지, 거둬들일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진 원장은 이날 오전 8시 10분경 로비를 지나 공식 행사장으로 향했다. 다만 조직개편 입장을 밝혀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이동했다.
이날 금감원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준법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12일 오후 금감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감독 독립성 훼손' 우려를 담아 의견서 전달을 준비 중이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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