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4명' 모시는 금융권…집안 싸움은 '금융안정협의회' 조율
경제·금융 컨트롤타워 필요…'F4 회의' 강화해 '금융안정협의회'
"조율 쉽지 않다"는 실무자들…금융당국 쪼개기, 해외도 성패 갈려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당정이 공감대를 모은 국정기획위원회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에는 현재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인 'F4 회의'를 강화한 '금융안정협의회'를 새롭게 신설하는 방안도 담겼다.
기획위 개편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금융정책)·금융감독위원회(감독정책)·금융감독원(건전성 감독)·금융소비자보호원(소비자 보호)까지 당국 업무가 4곳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관건은 현실적으로 조율이 가능하냐다. 금융당국 실무자들은 "조율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일을 나누는 게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5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논의 중인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에는 '금융안정협의회'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안정협의회에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이 참여하게 된다.
이는 전 정부에서 경제·금융·통화당국 수장 4명이 모여 현안을 논의해 온 이른바 'F4 회의'를 강화한 모델이다. 지금은 대통령 훈령에 따른 비공식 간담회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를 법적 근거를 갖춘 공식 기구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금융권은 조직개편의 부작용으로 '기관 간 조율' 문제를 우려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 관련 기관은 총 4곳으로 늘어나는데, 금융 정책의 특성상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각 기관이 제 목소리를 내며 '밥그릇 싸움'이 난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안정협의회는 '최고 조율자'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목표는 경제·금융 위기 대응과 정책 공조 강화로, 협의회는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율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1998년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에서 근무했던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일을 나누는 게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금융정책(재정경제부)과 금융감독(금감위)이 분리된 후 매일 은행연합회에 모여 '이 일은 네가 해라'며 업무를 나눴다"며 "서로 미루면 '왜 안 하느냐'고 조정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기관이 총 4곳으로 늘어나면 혼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회사들도 우려가 크다. 금융사에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인데, 한 사안을 두고 4개 기관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금융사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문제를 두고도 여러 기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며 "규정을 바꾸거나 새로운 금융회사를 세우려 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할 '시어머니'가 네 곳으로 늘어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주도한 학계는 "산업정책은 정부가, 금융감독은 민간 기구가 맡아 상호 견제를 이루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한다. 실제 국정기획위가 발간한 '성장정책 해설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미국·영국·독일·호주)는 모두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실무자들은 분리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금융감독원을 건전성 감독(금감원)과 소비자보호(금소원)로 나누려는 방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효율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영국은 2013년 통합 감독기구였던 금융청(FSA)을 해체하고 건전성을 담당하는 'PRA'와 영업행위 감독을 맡는 'FCA'를 별도로 설치하는 '쌍봉형'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현재 국정기획위가 추진하는 모델과 유사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금융사의 건전성 문제와 소비자 보호 문제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며 "영국 출장에서 만난 감독기구 담당자들도 업무 중첩으로 비효율이 커졌다고 토로했다"고 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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