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판' 이찬진, 소비자보호 전면에…ELS 질문엔 침묵 '신중 행보'(종합)

"준비된 내용 읽겠다" 10분간 낭독…'금융사고·이자장사' 직격
기자들 질문엔 묵묵부답…'실세 금감원장' 관심에 '신중 또 신중'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8.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과의 첫 상견례에서 내세운 핵심 메시지는 '소비자 보호'였다. 그는 "ELS 불완전판매 사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며 소비자 보호를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원장의 첫 간담회에 전 금융권의 이목이 쏠렸지만, 그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간담회 전후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고, 모두발언도 준비된 대본을 10분간 그대로 낭독했다.

"준비된 대본 대로"…기자 질문에도 '침묵'

이 원장은 2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ELS 과징금·과태료 산정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회의 시작 직후 이어진 모두발언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준비된 내용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첫 대면이라 다소 길어질 수 있는데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한 뒤 약 10분간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권의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이 대통령의 각종 재판을 변호했을 뿐 아니라 2019년에는 5억 원을 빌려주기도 한 '찐친'으로 알려진 만큼 그 존재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당분간 백브리핑 형식의 언론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적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발언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모두 발언서 '금융사고·이자장사' 직격

다만 모두발언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저는 취임사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 범죄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는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는 없어야 한다"며 "이제부터라도 여러분이 앞장서서 업무 전반의 프로세스를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횡령 등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금고의 자물쇠가 깨지면 국민이 해당 금고에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혁신적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자 장사' 중심의 영업 관행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손쉬운 이자 장사에 의존하는 영업 행태가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경제 주체 모두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AI 등 미래 산업의 성장 토대가 되는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미래 방향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 "금소법 위반 시 과징금·과태료 중복 부과 우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각자 3분씩 발언 기회를 갖고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은행권의 공통 요구는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위험가중치(RWA) 등 자본 규제 완화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원장도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은행권은 이날 금융당국에 자본 규제 완화 등 감독 차원의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상생금융 실천 우수 금융회사'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필요성도 건의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시 과징금 및 과태료 등 금전 제재를 중복으로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은행권의 우려 사항도 함께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