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 금융사가 전액 배상…금융위 '파격 대책' 내놨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이체하면 금융사가 배상" 법제화 추진
"금융사도 필요성 공감, 논의 시작…배상 한도·요건 협의중"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토록 하는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피해 책임을 더이상 '개인'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보이스피싱을 '개인의 불운'으로 좌시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28일 정부가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르면 연내 관련 제도를 정비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을 시행하기로 했다.
영국·싱가포르 등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회사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해외국가사례를 참고해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마련해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사의 자율 배상을 유도해왔다. 다만 비밀번호 위·변조에 따른 제3자 송금·이체의 경우에만 '제한적 배상'이 이뤄지는 등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태훈 금융위 금융안전과 서기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아서 이체하는 것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 금융사가 피해 배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지게 되는 금융사가 인력 및 기술을 고도화해 범죄 예방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격'에 가까운 제도인 만큼 △배상 요건 △한도 △절차 등은 금융사와의 협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김 서기관은 "금융업권과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허위신고나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당국과 피해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공유 방안 등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금융사와의 협의 정도'에 대해서는 "논의는 이미 시작했고 금융권도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업권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는 또 금융사마다 흩어져 있던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통합하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금은 개별 금융사가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으로 의심 계좌를 포착해 지급 정지 조치를 하고 있지만,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차단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앞으로는 금융·통신·수사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모아 AI 패턴 분석으로 범죄 의심 계좌를 조기에 식별하고, 피해 발생 전에 지급 정지를 걸 수 있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경찰청은 지난 8월 이미 악성앱 정보 공유 협약을 체결했으며, 전 금융권·통신사 등이 보유한 정보도 순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기준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플랫폼은 오는 10월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 김 서기관은 "이번 플랫폼 도입으로 사전탐지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2금융권도 다양한 신종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회사에 '보이스피싱 전담부서 설치'를 의무화하고, 금융감독원이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선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체계도 도입한다. 아울러 가상자산거래소도 일반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지급 정지하고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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